매일신문

[사설] 홍의락 컷오프, 더불어민주당의 대구경북 포기 선언

대구경북의 유일한 야당 현역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이 '컷오프'(공천 심사 배제) 대상에 포함돼 더민주 후보로는 4월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됐다. 홍 의원은 즉시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 출마를 검토 중이다. 수성갑의 김부겸 후보도 당이 결정을 재고하지 않을 경우 "중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김 의원이 이렇게 격하게 반발하는 것은 홍 의원의 컷오프가 더민주가 대구경북을 아예 포기했다는 인상을 줄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는 컷오프 대상자 10명을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심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래서 홍 의원이 어떤 이유로 컷오프됐는지는 알 수 없다. 홍 의원은 그 이유로 "당이 야당 불모지에서 표밭을 일구느라 중앙 정치에 소홀했던 저의 특수한 상황을 헤아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공천관리위원회가 공당(公黨)에 걸맞은 객관적이고 공평한 심사 기준을 적용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문제는 홍 의원의 컷오프가 더민주가 야당의 불모지인 대구경북에 당기(黨旗)를 꽂겠다는 의지가 없음을 확실히 보여준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홍 의원이 컷오프 기준에 미달됐다 해도 더민주가 어떻게든 대구경북에서 지역구 의원을 내야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컷오프 심사 기준의 기계적 적용을 피했을 것이란 얘기다.

더민주의 전신인 새정치연합의 행태를 보면 그들의 심중에 대구경북은 없었다. 올해 대구경북에 배정된 각종 사업 예산을 총선용 예산으로 폄훼하면서 삭감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줬다. 이는 대구경북에는 미련이 없다는 포기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홍 의원의 컷오프는 그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홍 의원 개인만의 문제로 넘어갈 일이 아니란 얘기다. 그것은 더민주에게 대구경북은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관계 설정의 문제다. 그 관계란 대구경북은 더민주에 없어도 그만이란 무관심이요 방치다. 이는 스스로 전국 정당임을 포기하는 자해 행위다. 이래서는 총선 승리는 물론 정권 교체도 언감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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