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338번 정회원이 되어, 얼마나 영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프로골퍼 이문현. 2012년부터 4년간 KPGA(한국프로골프협회)의 대구경북지역인 8지역장을 역임하며 지역에서 프로골퍼가 되는 등용문을 관장했다. 전국 각 지역장 중 최연소로 지역장을 맡았기에 책임감이 무거웠다고 한다. 아슬아슬했던 선발전을 거쳐 프로가 된 19년 전 그날을 회상해 본다.
◆1997년 일동레이크CC에서 정회원 선발전 통과
1995년 양산에 위치한 통도CC에서 준회원(세미프로) 선발전을 통과한 후, 2년이 지난 1997년 일동레이크CC에서 정회원 본선이 4일간 열렸다. 당시 5개 지역에서 20명씩 예선을 통과한 100명과 2'3부 투어에서 예선을 면제받은 예비 프로골퍼들을 합해 모두 120명이 본선에 올랐다. 상위 20명만 정회원의 자격을 주는 본선이었고, 이틀간의 라운드로 60명에게만 3, 4라운드 기회가 주어졌다. 3라운드를 통과한 나의 성적은 3오버파, 마지막 날 4라운드를 앞두고 공동 3위로 여유 있게 출발했는데, 전반 9홀에서 아마추어 싱글 골퍼보다 못한 6타를 오버해 42타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3개를 오버했는데, 9홀에 6개를 오버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4라운드 전반 9홀은 무엇에 홀린 듯 엉망으로 공을 쳤다.
자칫 선발전 통과도 못 할 상황까지 처했다. 정신을 차리고자 그늘집에서 물 한 통을 손에 들고 원샷으로 들이켰다. 3라운드까지의 성적이 상위권이었고, 마지막 조였기에 무난하게 KPGA 정회원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자칫 20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었다. 후반 라운드 중 경기위원이 4라운드 합계 9오버파 정도가 컷 스코어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해줬다. 3라운드까지 총 3오버파, 마지막 날 전반에 6오버파로 이미 9오버파를 기록하고 있었기에 후반 9홀에서 파 8개, 보기 1개를 해도 탈락이었다. 매 홀 혼신의 힘을 기울이며 집중했다. 결국 후반 9홀을 모두 파(Par)를 기록하여 4라운드 총 9타를 기록해, 턱걸이로 정회원 선발전을 통과했다.
◆골프 입문과 대구와의 인연
경남 진주에서 출생하여 18세가 되던 1988년, 서울에서 골프를 시작했다. 1990년 동대구 골프연습장(동구 신천동)에 연습생으로 오면서 대구생활이 시작되었고, 본격적인 프로골퍼로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당시 대구에서 정회원으로 활동하는 프로골퍼 선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정대길'최금천'장재걸'추정식'김정길 프로. 연습생이었던 나도 7년 만에 회원번호 338번의 KPGA 정회원이 되었다. 그때가 얼마나 영광스러웠는지 모른다. 대구로 와서 공원 골프연습장(달서구 성당동)과 입구에 붙은 플래카드의 '이문현'이라는 석 자가 내 이름이 맞는지조차 의아할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도 감회가 새롭다.
KPGA 정회원이 된 이후, 1999년 2부 투어인 016투어(현 챌린지 투어)에서 상금 랭킹에 올라 2000년부터 6년간 시드를 유지하며 컷 통과는 꾸준히 했지만, 결국 우승컵은 들어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에 KPGA 8지역장의 직책을 4년 동안 맡았고, 대구경북지역의 후배들이 프로골퍼가 되는 짜릿한 순간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꼈다. 남은 인생도 KPGA 338번 정회원 프로골퍼로서 열심히 한국 남자골프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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