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참여마당] 수필: 손자들이 힘이었습니다

# 손자들이 힘이었습니다

딸을 시집보낼 때 시집을 보내고도 자주 보고 싶은 욕심에 가까이로 시집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처음엔 살림이 서툰 딸을 위하여 도와주게 되었고, 손자를 가졌을 땐 입덧하기에, 또 아기를 키울 땐 경험이 풍족하였기에 아기 키우는 데도 일조를 하였죠.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손자 둘을 7년간이나 건사하게 되었습니다. 늘 바빴습니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말도 안 듣고 고집스러운 데다, 어지르기는 또 얼마나 어질러 놓는지. 또 손자들이 감기에 걸리면 영락없이 제게도 감기가 왔죠. 힘겨웠습니다. 하루 종일 동화책 읽어주기, 말 상대해주기, 타이르기, 야단치기 등으로 목이 쉴 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큰 손자는 초등학교에, 작은 손자는 유치원에 입학을 시켰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을 어린이집에도 안 보내고, 큰 아이는 여섯 살에 유치원에 가기 시작했기에 제가 아이들 돌보는 시간이 길었으므로 온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었었죠.

그런데 하루아침에 아이 둘 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각각 입학을 시켜놓으니 제가 참 가벼운 몸이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야~ 나도 이럴 때가 다 있구나, 정말 좋다, 아~ 좋다 했습니다.

그렇게 아주 황홀하게 첫날을 보냈고, 또 조금 덜 황홀하게 둘째 날을 보냈는데, 그다음 날은 저도 모르게 하루가 아주 길게 다가왔습니다. 쓸쓸하다는 생각도 들고 사는 재미가 없다는 생각도 들고, 어디 가서 일을 할까 아니면 봉사활동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 갑자기 내가 이럴까? 우울증일까? 했는데, 며칠 후 답이 나왔습니다. 손자들이 갑자기 제 곁을 떠난 탓이었습니다. 그렇게도 시끄럽고 복잡하고 번잡한 것이 때론 몸서리가 쳐질 때도 있었는데, 갑자기 조용해지니 외로움이 오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손자들이 있어 7년간을 정신없이 활기차게 열심히 살아오게 된 것 같습니다. 힘겹고 귀찮게 느껴진 적도 있었던 손자들이 제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큰 힘이었던가 봅니다.

이제 또 뭔가 손자들만큼이나 바쁘고 힘겹고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만 할 일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얘들아 그동안 고마웠다. 너희들의 그렇게도 극성스러움이 결국 이 할머니의 큰 보약이었더구나. 너희들이 7년간이나 준 그 보약의 힘을 발휘할 그 어떤 곳을 다시 찾으리라 약속하며 대신 내 손자들도 이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처럼 학교와 유치원 생활을 늘 건강하고 활기차게 하길 바란다' 하고 속으로 외쳐봅니다.

이봉섭(상주시 청리면)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