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말·폭행 트럼프, 추락 시작됐나

"위스콘신에서 양당 모두 '리셋'(reset'재설정)됐다."(미국 워싱턴포스트)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북동부 위스콘신주 경선이 올해 대선 레이스의 최대 변곡점으로 떠올랐다. 민주'공화 양당의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가 대세를 굳혀가는 흐름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기에 승부가 날 것으로 예상됐던 양당의 대선 경선판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이번 경선의 하이라이트는 트럼프가 2위인 테드 크루즈에게 대패한 것이다. 크루즈는 49.3%(개표 73% 기준)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33.9%를 얻은 트럼프를 큰 격차로 눌렀다.

트럼프가 가장 '뼈아픈' 대목은 지금까지 경선 흐름으로 볼 때 위스콘신이 좀처럼 지기 어려운 주(州)였다는 점이다. 백인이 무려 88%에 달하는데다 공화당 유권자의 57%(2012년 공화당 프라이머리 기준)가 대학졸업장이 없고 지역산업 구조가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런 위스콘신이 트럼프를 외면한 것은 반(反) 트럼프를 기치로 내건 공화당 주류의 세 결집과 트럼프 스스로의 '실책'이 맞물린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가 낙태여성을 처벌해야 한다는 '막말'을 한데다 경쟁후보인 크루즈의 부인을 비난하고 캠프 매니저의 여기자 폭행사건이 불거지면서 적지 않은 여성표가 이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한국'일본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고 발언하는 등 외교적 무지를 드러내면서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출구조사에서도 유권자들의 55%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우려스럽거나 두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샌더스가 또다시 대세론의 주인공인 클린턴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개표작업이 75% 진행된 결과 샌더스는 과반을 넘긴 56.1%를 기록해 43.6%를 얻은 클린턴을 제압했다.

샌더스가 승리한 데에는 '경제 메시지'가 먹혀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북부의 공업지대)를 대표하는 위스콘신에서 경제문제를 최우선시하고 반무역 정서에 호소한 것이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가졌다는 얘기다.

특히 샌더스에 우호적인 백인 유권자들의 표심이 크게 작용했다. 뉴욕타임스는 "백인들의 3분의 2가 진보층이고 경제와 소득 불평등이 이들의 가장 큰 우려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흑인 유권자의 10명 중 7명은 클린턴을 지지했으며 연령층이 높을수록 클린턴에게 표를 던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여성 유권자들의 경우 샌더스와 클린턴을 반반씩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미국 CNN이 밝혔다.

이번 경선 결과가 '힐러리 대세론'에 일정한 제동 효과를 걸기는 했지만 7월 전당대회 때까지 샌더스가 클린턴을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 대의원 291명이 걸린 뉴욕주 경선의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졌지만 샌더스가 '힐러리의 아성'인 이곳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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