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발트3국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곳 역시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였는데 미인으로 치자면 우크라이나가 한 수 위인 것 같다. '김태희가 밭을 간다'는 농담을 할 정도인데 여성들의 패션 감각이 뛰어나며 성격도 매우 활달하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구 소련의 몰락과 함께 독립한 국가 중 하나이며, 크기는 한반도의 약 2.7배,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7시간 늦다.
우크라이나의 젖줄인 드니프로강은 나라 한가운데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영토를 동서로 나눈다. 이 강을 중심으로 동쪽은 친러시아 경향, 서쪽은 친유럽 경향이 강하다. 동쪽 지역은 동양인을 약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여행하는 데 주의하지 않으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서쪽 지역은 대부분 사람들이 친절하며 여행객들에게도 잘 대해 준다.
이번 여행에서는 우크라이나 도시를 순회하면서 현지인들의 문화를 가까이서 느껴보기로 하였다. 우크라이나 최남단 얄타에서 북쪽에 위치한 수도인 키예프까지 남북을 종단하였다. 각 도시마다 클럽에 꼭 들러 현지인 모드에 맞추어 함께 마시고 춤추면서 인종과 언어의 장벽을 허물어 버리고 함께 즐겼다.
제일 먼저 도착한 크림반도의 주도인 심페로폴은 모스크바까지 철도로 연결된 국제적인 도시이며 주로 러시아인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이다.
여기서 차로 약 1시간 남짓 달리면 얄타가 나온다. 얄타는 연중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를 지닌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러시아 해군기지가 있으며 군사적으로도, 관광지로도 중요한 곳이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로 병합된 지역으로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는 곳이다.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여름 별장인 리비아디 궁전에서 바라보는 흑해의 풍광은 가슴을 뻥 뚫리게 할 정도로 장관이다. 이 별장은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인 분단이 결정된 얄타회담의 장소이기도 하다. 크림반도의 명소이기도 한 제비둥지성은 바다를 끼고 깎아지른 둣한 오로라 바위 절벽 위에 지은 성이다. 이 성은 원래 러시아 장군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지었다고 하며, 현재는 석조로 재건축하여 관광명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수도인 키예프로 향하는 중간쯤에 위치한 도네프로페트르포스크. 심페로폴에서 약 800㎞ 떨어진 이곳은 관광지는 아니고 우크라이나 공업지역이다.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나이트클럽이 있다고 해서 들렀다. 클럽 이름은 리오. 총 3층의 단독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당구대가 설치되어 있는 넓은 공간에 식당과 바가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나이트클럽이다. 클럽 손님은 아름다운 미모와 환상적인 몸매로 무장한(?)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클럽 입장료가 제법 비싸기 때문인데, 여기도 경제가 어려워 남성들은 일거리가 없어 수입이 변변찮은 데 반해 여성들은 그나마 가벼운 일자리라도 구할 수가 있어 수입이 남성들에 비해 낫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댄서로 일하고 있는 여성과 잠시 자리를 가졌는데 키예프국립대학에 다니다 지금은 휴학 중이란다. 경제가 너무 어려워 졸업 후 기회가 된다면 제3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쌉쌀한 오볼론맥주에 보드카를 섞어 여러 잔 마셨더니 다음날 아침이 상쾌하지 않았다.
짧은 일정을 뒤로하고 다시 여행의 끝 지점이자 수도인 키예프로 들어갔다.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드니프로강을 중심으로 동쪽은 신시가지, 서쪽은 구시가지로 나뉜다.
호텔에서 내려다본 키예프의 구시가지는 마치 숲으로 둘러싸인 공원처럼 보인다. 동남아를 여행해 보면 대도시가 거대한 콘크리트 조각으로 뒤덮여 있는 반면, 유럽은 도시 자체가 바로 공원이다. 유럽 대부분 나라에서는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지역을 특별지역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으며 이것을 관광으로 연결시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키예프의 가을 날씨는 아침저녁으론 제법 쌀쌀해서 긴 점퍼 정도는 반드시 입어야 할 정도이다. 크림반도와 키예프는 온도 차가 10℃ 이상 나는 것 같다. 키예프 국립대학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제법 괜찮은 레스토랑에 자릴 잡았다. 비도 오고 제법 쌀쌀한 날씨라 따뜻한 수프를 주문했는데, 나중에 음식을 받아보니 수프를 담은 그릇이 빵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수프를 먹으면서 위쪽부터 촉촉한 빵을 조금씩 뜯어먹으면, 국물이 사라지고 서서히 그릇도 사라지는데 요술 그릇을 받은 기분이다.
키예프는 성당이 많은 도시로도 유명하다. 400여 개 이상의 크고 작은 성당이 있다고 하니 가히 성당의 도시라 할 만하다. 아름다운 성당이 많고 기도를 많이 해서 미인들이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그중 동유럽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소피아 성당은 로마-비잔틴 양식으로 세계서도 탁월한 건축물로 평가되고 있다. 하얀 벽에 초록색 지붕과 중앙의 황금색 지붕이 서로 조화롭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웅장한 규모로 시선을 압도한다. 둥근 돔형 지붕 내부에는 모자이크로 만든 예수성상이, 벽에는 성모 오란타가 모셔져 있다. 유명한 성당은 대부분 이 지역에 몰려 있어 걸어서 이동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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