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아동 학대 근절, 매뉴얼만 가지고 되나

정부가 유치원 어린이집 아동 학대 조기 발견 및 관리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이달 중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배포하기로 했다. 지난달 경기도 평택에서 7살짜리 신원영 군이 학대 끝에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아이가 이틀간 무단결석을 하면 교직원과 사회복지전담직원이 가정을 찾는 것을 의무화했다. 방문 결과 아동 학대가 의심되거나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아동보호 전문기관이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관련 부처별 대책을 모은 '아동 학대 방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학대 아동을 조기에 발견해 보호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읍'면'동 주민센터에 창구를 개설하고 건강검진과 예방 접종 등의 기록이 없는 아동에 대한 일제 조사를 3세 이하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아동 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잇따라 대책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실천에 있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구상하고 매뉴얼을 만들어도 현장에서 실천할 수 없거나, 실천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당장 학대받은 어린이가 부모와 떨어지게 되면 갈 곳부터가 마땅찮은 것이 현실이다. 학대받은 아이들이 상처받은 마음과 몸을 치료할 시설이 없거나 부족하다. 전국 56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지만 1곳당 근무하는 상담원은 평균 15명에 불과하다. 상담원 1명이 지역 내 평균 1만8천여 명의 아동을 떠맡아야 한다. 정부가 가정방문을 의무화한다지만 이 역시 인력 확보가 간단하지 않다.

그런데도 사업비는 들쭉날쭉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내놓는 각종 대책들이 공허한 이유다. 2014년 174억원이던 아동 학대 관련 사업비는 지난해 488억원으로 늘었으나 올해는 372억원으로 도로 줄었다. 기초수급자 가정을 제외하면 대다수 학대 피해 아동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이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동 학대는 촘촘히 짜여진 제도와 운영 시스템이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얽혀 잘 실천될 때 막을 수 있다. 제도와 매뉴얼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학대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 등 기본 인프라를 갖추는 것에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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