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선천성근이영양증 앓는 정윤호 군

"근육병 평균수명 20세" 눈물로 밤새는 16세 소년

정윤호(가명
정윤호(가명'16) 군은 태어날 때부터 근이영양증'근무력증을 앓았다. 병원비와 치료비에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남편의 수입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허현정 기자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근이영양증'근무력증으로 누워서만 지내는 정윤호(가명'16) 군. 윤호 군의 곁에는 항상 부모님이 붙어 있다. 엄마, 아빠는 항상 윤호의 가래를 뽑아주거나 코 줄을 통해 영양공급이 잘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윤호 가족의 가장 큰 소원은 함께 여행을 가보는 것이다. 윤호가 아프고 난 뒤 가족은 여행은 물론 외식 한 번 해본 적이 없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윤호 보는 일에만 매달려야 할 정도로 몸이 힘들지만 부부는 언제나 표정이 밝다. "윤호가 우리 가족으로 온 게 너무 감사해요. 윤호를 통해 부모로서 희생하는 법, 작은 것에 행복해지는 법을 배웠으니까요."

◆태어날 때부터 앓은 근육병

윤호의 부모님은 10년이 넘는 연애 끝에 결혼해 늘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남편은 관광버스 운전, 아내는 작은 회사에 다니며 생활했고, 윤호를 가진 뒤 아내는 전업주부가 됐다. 그러다 생후 5개월쯤 됐을 때였다. 예방접종을 위해 찾은 병원에서 근육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다른 아이에 비해 다리를 잘 펴지 못하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육병의 최종 진단은 돌이 넘어야 알 수 있다고 해 매일 밤을 새워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부부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별다른 약이나 치료법이 없고 증상치료만 할 수 있을 뿐이라는 소리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근육병 환자들의 평균 수명이 20세 안팎이라는 말에 몇 년을 눈물로 밤을 지새웠어요."

그때부터 윤호 엄마, 아빠의 눈물겨운 삶이 시작됐다.

장애아동들이 받는 각종 재활치료를 받고 싶어도 도무지 엄두가 안 났다. 영양분이 넘어가는 코 줄이 조금이라도 꼬이면 윤호는 수시로 구토를 했다. 또 윤호가 이동할 때면 산소 호흡기, 각종 링거도 함께 따라다녀야 해 움직이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정기 검진일이 있는 날에는 남편이 겨우 시간을 내 아내와 함께 집이 있는 경주에서 대구까지 오갔다.

부부는 아무리 애써도 아이가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윤호에게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병원을 오가는 차 안에서 벚꽃 핀 거리를 보여줬고, 따뜻한 봄바람을 느끼게 해줬다.

"다른 가족보다 우리는 아이랑 보낼 시간이 짧잖아요. 일상의 모든 순간이 소중했어요."

◆병원비로 불어나는 빚

아이의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서 부부는 만나는 사람이 점점 없어졌다. 친구들과 만나면 가끔은 자신들이 내야 하는 밥값, 커피 값이 아까웠던 것이다. 친척들과도 점차 멀어졌다. 윤호가 치료를 갓 시작했을 때만 해도 친척들은 큰돈이 들어갈 때마다 십시일반 치료비를 모아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이제는 윤호의 상태를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윤호 엄마의 몸에도 이상이 생겼다.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루푸스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 온몸에 발진이 생기거나 관절통에 시달리고 심하면 간, 뇌 등 각종 장기가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16년간 아들의 간병을 자처하다 엄마마저 병을 얻은 것이다.

"다행히 발병 초기에 진단받아 아직은 약물로 치료하고 있어요. 완치를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하지만 항상 피곤한 상태기 때문에 걱정이에요."

관광버스 운전을 하는 윤호 아빠의 수입은 20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 지난 세월 동안 병원비로 은행, 친척들에게 진 빚은 수천만원에 이른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남편의 소득이 있어 정부에서 생활비 지원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빚이 얼마가 되던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저 아이가 더 웃고 엄마, 아빠와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으면 좋겠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