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일의 생각] 음주 자전거의 말로

햇수로는 19년, 만으로도 17년 정도 자전거 출퇴근을 해오고 있다. 상쾌하고 즐거운 시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크고 작은 사고도 몇 번 겪었다. 좌측통행을 하다가(자전거도 자동차와 똑같이 우측통행을 해야 한다), 그것도 인도 위를 달리다 골목에서 나오는 트럭에 살짝 부딪힌 경미한 사고도 있었고, 자전거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너다(횡단보도를 건널 땐 자전거에서 내려야 한다) 택시와 부딪힌 아찔한 '대형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혼자서 '자빠지는' 사고였는데, 대부분은 술이 원인이었다. 자전거는 차로의 우측으로 붙어서 진행하게 되어 있는데 간혹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인도로 올라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인도 가장자리와 차도의 경계 부분에는 약간의 턱이 있게 마련인데 이때 바퀴와 턱이 적당한 각도 이상을 유지해야 턱을 밟고 올라 인도로 올라가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각도가 지나치게 작을 경우, 즉 바퀴와 턱이 평행에 가까우면 바퀴가 턱에 미끄러져 올라가지 못하게 된다. 맨정신에서는 이렇게 넘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턱을 오르지 못하더라도 중심을 잃지는 않는다), 술에 취해 있을 때에는 십중팔구 인도 쪽으로 넘어져 버리게 된다.

술을 마시고 자전거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데, 이것도 정신이 그래도 온전할 때 이야기이지 더 취하면 아예 상황 판단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그게 문제이다. 한번은 술을 마신 후 자전거를 몰고 집으로 가다 꼬꾸라져 엄청 심하게 부상을 당한 적도 있었다. 불행이었지만 그 대형 사고 이후로는 절대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친구의 이야기도 한번 하고 지나가자. 그 친구 또한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 역시 술을 엔간히 즐긴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어느 저녁 직장 동료들과 소주를 나눠 마시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앞에서 아주머니 한 사람이 튀어나오자 갑작스레 핸들을 꺾은 이 친구, 그만 도로 경계에 세워 놓은 볼라드에 제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하필이면 그 자리가 입 언저리라 치아 네댓 개가 부러지고 말았다. 초대형 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사람이 있다고 부딪히거나 넘어지지 않았을 텐데, 술 때문에 제대로 제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자전거 사고는 자칫 대형 사고가 되기 십상이다.

봄철이 되니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주말 공원이나 강변에서 즐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출퇴근이나 등하교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자연히 음주운전의 유혹도 많아지고 있다. 친구들이나 동호인들이 야외에서 라이딩을 즐긴 후 가볍게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어찌 없으랴. 하지만 조심하자. 자전거 사고는 한 번 일어나면 대형 사고이다. 앞으로는 단속도 강화되고 벌금까지 매길 거라고 한다. 벌금이 문제인가. 건강해지려 자전거를 타다 몸을 상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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