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13 대구는 변화를 택했다] <2> 정치적 다양성 만든 시민의 뜻은

대구의 발전 위해 정통 野에 준 2석…새누리 계파 정치의 실망감, 지역 현안 '외면' 결과

대구시민들은 4'13 총선에서 정통 야권 후보 2명을 당선시켰다. 이변의 주인공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수성갑 당선자와 홍의락 무소속 북을 당선자다. 김'홍 당선자는 지난 1985년 13대 2'12 총선 이후 31년 만에 정통 야권 후보로 금배지를 달았다. 대구 정치사에서 대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새누리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대구에서 막대기보다 못한(?) 정통 야권 후보가 2명이나 당선된 것이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주의가 약화되고 있다는 조짐이다. 일당 독점 체제에 대한 피로감이 극심해지면서 당보다 사람을 보고 찍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하세헌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대구 선거에서 일대 사건이다. 대구 유권자들이 전향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보수의 본산인 대구에서 정통 야권 후보가 당선된 것은 새누리당의 자업자득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역 정치권을 독점해 온 새누리당은 유권자의 요구에 충실하기보다는 중앙당 계파 정치에 매몰되면서 실망감을 안겨왔다.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보니 유력 정치인에게 줄을 서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지역의 주요 현안이 발생해도 큰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실제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불거졌을 때 대구 국회의원들의 적극성은 부산 국회의원보다 훨씬 덜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 같은 일당 독점의 폐해에도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에 '묻지 마 지지'를 보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준엄한 심판을 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현실 정치에서 수요자가 유권자라면 공급자는 국회의원"이라며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 공급자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부겸 당선자는 "오랜 기간 특정 정당이 독점해온 데 대해 엄중하게 평가한 것이고, 대구시민들이 공천 학살과 낙후한 지역 경제에 대해 그동안 쌓여온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라고 했고, 홍의락 당선자는 "새누리당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자 '잃어버린 30년을 되찾아라'라는 유권자의 명령"이라고 했다.

야권 후보가 당선되면서 여야 협력도 관건으로 떠올랐다. 자칫 소모적 경쟁에만 매몰될 경우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김'홍 후보 모두 협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 행보보다 대구와 지역구 발전에 에너지를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김 당선자는 "대구시장을 만나 야당이 협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겠다"며 신공항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약속했다. 홍 당선자도 지난 예산국회에서 대구시와 협력을 통해 지역 예산 사수에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선지 두 야권 당선자의 탄생이 대구시민에게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는 "이번 결과는 김'홍 두 사람에 대한 지지이고, 야권 세력 전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새누리당 의원들도 더 열심히 의정 활동을 하게 돼 결국 대구시민들은 더 나은 정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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