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부부 불화 조장 드라마로 악명이 높았던 '태양의 후예'가 종영되었다. 30, 40대 주부들은 송중기나 진구, 그리고 최웅과 같은 꽃미남들의 멋진 모습과 대사에 열광할지 모르지만, 남자들에게는 군복을 입은 판타지에 불과했다. 총싸움하는 장면을 보며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이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은 '멋있다'가 아니라 "저 탄피…."였으니까.
그런데 이 드라마가 진짜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은 군인들이 사용하는 '~지 말입니다.'라는 말투다. 군대에 가면 처음에 교육받는 것이 말을 할 때 '다, 까'로 끝나야 하고 '요'를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말의 상대 높임법 중 '요'로 끝나는 '해요체'는 비격식체라고 해서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친근하게 쓰는 말이기 때문에 엄격함을 생명으로 하는 군대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해요'를 격식체로 하면 평서형으로는 '-습니다', 명령형으로는 '하십시오'가 되는데, '하십시오체'는 윗사람에게 명령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쓰지 않으며, 발음을 할 때 '요'로 들리기 때문에 고참들이 신참들을 놀리는 데 많이 사용한다.
이등병 때 자대 배치 받아서 대기하고 있는데, 말년 병장이 경계 근무를 나갈 준비를 했다. 내무반에 있던 상병, 병장들이 다들 '수고하십시오.'라고 하기에 나도 큰 소리로 "수고하십시오!"라고 말했더니 말년 병장이 꼬투리 잡았다는 듯 "요오~? 군대에서 요를 쓰게 돼 있나?"하고 호통을 쳤다. 그래서 얼떨결에 "수고하십니다!"라고 했더니 내무반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는데, 행정반에서 일하는 뺀질이라고 불리는 일병이 들어오면서 "근무 나가십니까? 수고하시지 말입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말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속으로 '아!'하고 탄식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상병 5호봉이 되면 더 이상 쓰지 않는 그 말투는 주로 내무생활이 많은 후방 부대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데 많이 사용되었다. 이를테면 선임하사가 "화단 누가 밟았나?"라고 불호령을 할 때(선임하사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삽과 화단이다.) "제가 안 그랬습니다."라고 하면 너무 당당해 보이는 느낌을 주는지 또 다른 호통이 날아왔다. 그 상황에서 "제가 안 그랬지 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군인답지는 않았지만 위기는 모면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그래서 국방부에서 쓰지 말라고 한 것이다.)
내가 중대 선임이 되었을 때 말년 병장들이 나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장난을 쳤다. 그래서 "좀 어지간히 하십시오. 지금 이등병들이 한 말은 '요'가 아니라 '오'고, 격식체 제대로 쓰는 겁니다."라고 했었다. 사병들도 그렇게 안 쓰는 말을 특전사 장교가 민간인에게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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