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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공감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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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 각 분야의 화두는 공감이다. 정치, 행정, 경영, 교육, 문화, 화술을 비롯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마케팅에서도 공감이 키워드이다. 미술가들도 사회·정치 문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작품들로 관람자들로부터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해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작품들로 예술의 치유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19세기 초반 프랑스 낭만주의 화풍을 선도한 제리코는 '메두사호의 뗏목'이란 작품 한 점으로 미술사에 길이 이름을 남겼다. 이 작품은 당대 신문에 보도돼 센세이셔널한 주목을 받은 한 난파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메두사호는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세네갈로 자국민들을 나르던 국영 이민선이었다. 정부의 인맥으로 임명된 자질 없는 선장은 아프리카 서부 해안 해로에 무지했고, 선박이 조난을 당하자 선장과 선원들은 가장 먼저 구명 배로 도피를 했다. 배에는 승객들을 위한 구명 배가 충분하지 않았다. 조난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사고나 도덕적 해이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메두사호의 선원들은 승객 150명을 급조한 뗏목에 싣고 구명 배에 연결해 끌고 가기로 해놓고서는 기후가 나빠지자 무책임하고 비겁하게 밧줄을 끊고 달아나 버렸다. 적도의 태양 아래서 보름을 표류하다가 지나가던 배에 의해 구조될 당시 생존자는 겨우 15명뿐이었다. 프랑스 정부가 은폐하려던 이 사건은 생존자들에 의해 낱낱이 밝혀졌고 국민들은 격노했다.

제리코는 이 비극적인 사건을 영웅적이고 위대한 작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기자처럼 생존자들을 취재했다. 작업실에 뗏목 모형까지 만들어 놓고 이 사건을 생생하게 재현함으로써 그는 동시대의 비극을 표류하고 있는 인류의 대서사로 우리에게 전달했다. 5×7m 크기의 이 거대한 작품은 먼 수평선 너머 희미한 구조선을 발견하는 순간 나타난 생존자들의 흥분 상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제리코는 생존하기 위해 죽은 자들의 시체까지 먹어야 했던 뗏목에서의 참혹한 카니발리즘(cannibalism)을 묘사하는 대신, 절망에서 희망으로 변화하는 순간의 극적인 감동을 강조했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진실이 존중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 이 작품은 지금도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지난 4월 16일, 우리 사회 구조 및 체제 전반의 총체적 난국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세월호 사건 2주기를 맞이했다. 과연 무엇이 해결되었고 무엇이 변화했는가? 사회적 규범의 동요나 도덕적 이완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아노미(anomie) 상태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다. 선거철에만 공감을 호소하는 정치인들을 비롯해 우리 모두 공감 능력을 회복함으로써 사회적 연대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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