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가 끝나면 어수선하기 마련이다. 잔치의 결과에 대한 평가를 소홀할 수 없고, 치울 것도 많다. 그나마 주최 측과 하객이 모두 함께 손뼉치는 잔치였다면, 설거지도 신바람이 날 터인데 준비할 때부터 망친 잔치의 파장(罷場)은 상가(喪家)와 비슷하다. 그리고 잔칫집을 상가로 바꾼 책임자를 가려내는 일로 설거지를 해야 할 참이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른 새누리당 내부 분위기다.
결과는 이미 나와버렸으니 이제는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다. 차라리 설거지를 제대로 해 다음 잔치판을 잘 준비하는 것만 못하다. 깨진 그릇이야 어차피 버릴 수밖에 없지만, 몇 년을 썼어도 그런대로 쓸만한 그릇이 적지 않고, 새 그릇도 좀 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깨진 것으로 취급해 내다버렸던 그릇도 멀쩡한 것으로 판명났으니 모른척하고 슬그머니 진열장에 넣어 그릇이 많음을 자랑해도 될 터이다. 좀 남세스럽긴 해도 공천 때 보인 것만큼 낯부끄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설거지를 하려는 꼴을 보면 공천 때의 '막무가내'만큼 어금버금하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유승민 의원의 복당에 대해 "새누리당은 또다시 '이념 잡탕당'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실패한 공천의 중요 책임자 가운데 한 사람인 원유철 원내대표는 설거지를 책임지는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원 원내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총대를 멜 수밖에 없었다면서 김무성 대표가 강권해 어쩔 수 없이 맡았다고 말했다. 책임질 사람이 되레 화를 내고 오히려 칼자루까지 쥐도록 하는 셈이다.
사실 새누리당이 반성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얼핏 당내 역학구도 때문에 복잡하게 얽힌 것 같지만, 기준만 세우면 간단하다. 공천할 때처럼 하면 된다. 다소 의외였던 이한구 의원이 공천위원장을 맡았던 것처럼 어느 박(朴)도 아닌 이를 비대위원장으로 앉혀 설거지하면 된다.
책임질 사람이야 언론과 정치평론가, 무엇보다 유권자가 찍어 놓았으니 비대위원장은 그저 쳐내면 된다. 이유를 밝힐 필요도 없다. 공천할 때 그랬듯이 그저 책임지라고,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라고 몇 마디만 하면 된다. 반발하면 '그동안 잘해먹었지 않았나'라거나 '당을 모욕하고 침 뱉느냐'라고 쏘아붙이면 된다.
비대위원장을 맡기려고 보니 진박, 친박 등 수많은 박 속에 포함되지 않은 인사가 없다고? 그러면 집 나갔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라도 다시 불러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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