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돈이 허투루 쓰일 때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오늘 그 돈 아까운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한다.
상수도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공급한 수돗물 총량은 62억1천t이다. 이 가운데 실제 요금을 받는 수돗물의 양은 55억2천t이며, 나머지 6억9천t은 도중에 새는 물이다. 이렇듯 실제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이곳저곳에서 새는 수돗물을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6천억원에 이른다. 실로 천문학적인 액수이다.
수돗물이 누수되는 원인이야 여럿 있겠지만, 주된 요인은 매설된 지 오래된 관로 때문이다. 2014년 말 전국 상수도 관로 길이는 모두 19만901㎞이다. 이 중 묻은 지 21년 이상 된 노후 관로는 5만4천767㎞로 전체 관로의 28.7%나 된다. 그러나 매년 노후 수도관 교체 또는 개량 실적률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매년 노후 관로로 분류되는 비율이 약 3%인 점을 생각하면 현재 노후 관로 교체 및 개량 실적은 미진하다 못해 한심스러운 상황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노후 관로 비율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누수량이 늘어나는 것도 피할 방법이 없다. 엄청난 금액의 돈이 매일 줄줄 새고 있는 셈이다.
또 이렇게 줄줄 새는 수돗물을 만드는 데 드는 돈은 얼마인가. 수돗물 1t을 만들기 위해 취수'정수시설 등에 들어간 생산원가는 870.5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도요금은 666.9원이다. 얼핏 추산해 봐도, 새는 수돗물을 만드는 데 드는 돈은 조 단위를 넘어선다.
요금 현실화율은 76.1% 수준이다. 수돗물 요금이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함은 물론이고 미국 1천540원, 영국 2천500원, 독일 3천360원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니 낡은 관로를 교체할 재원 마련조차 어렵다. 그런데 1인당 물 사용량은 우리나라가 280ℓ, 프랑스와 영국이 150ℓ, 독일 127ℓ이다. 우리나라는 수돗물을 만들수록 적자임에도 국민들은 수돗물을 '그야말로 물 쓰듯' 쓰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 돈을 아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줘야 할 것이다. 그래서 노후 관로로 인한 한정된 수자원 손실을 방지하고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 본다.
먼저 노후 관로 교체 및 개량 재원 부족의 근본적 해소를 위해 단계별로 수돗물값을 현실화해야 한다. 요금 인상을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시설 진단, 수압 감시체계 구축, 누수 복구, 노후 관로 교체 등을 시행해야 한다. 자체 인력만으로 어려움이 있을 경우, 최근 가뭄 피해를 입었던 충남 서부권 5개 시'군의 유수율 제고사업 등 경험이 풍부한 국내 물 전문기관인 K-water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수질오염, 중금속오염 등에 노출된 지하수나 계곡수를 사용하는 마을 상수도와 소규모 급수시설에 대해 건강에 좋은 양질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국민 물 복지 확대사업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은 가뭄에 대비하고 한정된 수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물 아껴쓰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노후 관로 교체를 통해 누수량을 낮추는 유수율 제고사업과 시'군 주민에게 건강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물 복지사업을 확대하려면 물값 현실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언제 닥칠지 모르는 가뭄에 대비한 생활 속 작은 실천, 물 아껴쓰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작은 시냇물이 모여 큰 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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