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우리나라 안경산업 70년 역사의 본고장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안경공장인 '국제 셀룰로이드공업사'가 1945년 문을 연 곳이 바로 북구 원대동이다. 400여 개 안경 관련 업체가 밀집한 대구는 국내 안경시장 점유율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수십만원에 팔리는 해외 명품 브랜드 선글라스 상당수가 바로 대구에서 10~20분의 1 가격에 납품된 제품이다. 비록 영세 업체가 태반이지만, 아직도 '대박'이 터지는 분야가 안경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글로벌 안경시장에 최신 기술을 선보이고 유행을 선도하는 곳도 바로 대구다. 21일 개막하는 '대구국제안경전시회'( DIOPS)의 참가 기업인 ㈜성산정공은 대구 안경산업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곳이다. 20일 북구 노원동 성산정공 본사에서 서재열(58) 대표이사를 만났다.
"처음부터 얇고 가벼우면서 충격에 강한 안경을 목표로 했습니다." 1988년 설립된 성산정공은 TV용 리모컨 등 소형 플라스틱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정밀금형'사출을 해왔다.
그러다 6년 전 소형 전자제품 수요가 줄면서 업종 전환을 고민하던 중 '안경'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국내 한 대기업의 TV용 3D 안경테를 만들어 대량 납품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년 넘게 쌓은 정밀금형 기술에 자신이 있었기에 안경산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발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차별화'가 숙제였다. 아세테이트 등 기존 안경용 플라스틱 소재는 무겁고, 열과 충격에 약했다. 그래서 가벼우면서도 충격에 뛰어난 소재를 찾아다녔고, 의료기기용 플라스틱 소재로 쓰이던 '울템'을 만났다. 3년 가까운 연구 끝에 울템 소재로 '깃털처럼 가벼운' 안경테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업계 최초로 0.8㎜ 얇은 두께에 투톤처리(2가지 색상이 자연스레 착색)된 안경테를 개발한 것이다. 울템 소재 안경테는 탄성이 커서 착용감이 뛰어나다. 스크래치에도 강하다. 성산정공은 울템 소재 기술로 국내 특허는 물론 중국'일본 특허도 확보했다.
이렇게 탄생한 대표 제품이 일명 '박근혜 대통령 선글라스'다. 이 제품은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 때 착용해 화제가 됐다.
큰 안경테에 비해 얇고 가벼우며, 투톤처리된 것이 특색이다. 성산정공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이 제품은 대구 안경업체인 '시선'에 납품한 것이다. 서 대표는 "당시 열병식을 TV로 보다가 깜짝 놀랐다. 단번에 우리 제품인 줄 알았다"고 했다.
성산정공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성인용 안경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판단해 아동용 안경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 업체가 개발한 아동용 안경테는 '릴산'이라는 소재로, 가볍고 튼튼할 뿐 아니라 코팅'착색 없이도 예쁜 광택이 나는 친환경 제품이다.
서 대표는 "때마침 내년부터 아동용 안경은 친환경 인증을 받지 못하면 판매를 할 수 없도록 관련 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기대가 더욱 크다"며 "올해 대구국제안경전시회에는 이런 아동용 안경을 주력 상품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성산정공은 최근 자사 브랜드 개발에 두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결국 '내 브랜드'가 있어야 고부가가치가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서 대표는 "대구에서 생산되는 안경제품 대부분은 수도권 대형안경업체에 도매로 납품되고 있어 지역업체가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결국 브랜드가 중요한데, 대구는 안경산업이 분업화돼 있어 그만큼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올해로 제15회를 맞은 대구국제안경전시회는 21~2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다. '디자인과 열정을 넘어서'(Beyond Design, Beyond Passion)를 주제로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동남아 등 30여 개국 1천300여 명의 바이어가 참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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