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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거리 동상 무단 복제, '저작권' 훔친 대구시·관광協

작가와 협의없이 복제품 제작, 대구 관광 홍보에 13차례 사용…작가 항의 받자 사과

대구 중구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 입구에 있는 '김광석 동상'(왼쪽)과 14~17일 북구 엑스코에서 개최된 대구경북국제관광박람회장에 전시된 복제품(오른쪽)의 모습. 손영복 작가'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주최한 각종 관광 행사에 중구 '김광석 거리'에 있는 '김광석 동상'을 무단 복제해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가객 고(故) 김광석이 다리를 꼬고 앉아 기타를 잡고 있는 형상을 한 이 동상은 2010년 방천시장 활성화를 위한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하나로 손영복(35) 작가가 제작한 것이다. 손 작가는 당시 동상과 함께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란 문구를 새긴 배경과 나무 계단 등 주변부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대구시와 대구관광협회가 2012년부터 이 동상을 복제해 사용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작가와 사전 협의 없이 대구 홍보 부스를 꾸밀 목적으로 복제품을 만들어 각종 행사에 전시한 것이다. 복제품은 100만원 정도의 예산을 들어 스티로폼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서울과 부산 등에서 열리는 관광박람회에 사용됐다. 지금까지 총 13차례 정도 각종 관광 행사에 복제품이 전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복제품은 지난 14~17일까지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국제관광박람회장에도 전시됐다.

저작권법 제35조에 따르면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된 미술저작물 등은 복제해 사용할 수 있지만 판매 목적이나 동일한 형태로 복제하는 것은 제한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 관계자는 "조각을 동일한 형태로 2차 저작물을 만들었다면 사용 목적이나 유사성 정도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상업적 의도 없이 공공 목적으로 사용했더라도 사전에 창작자의 의사를 파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작가의 항의로 뒤늦게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작가 분과 통화해 사과 의사를 전달했으며 앞으로 활용 여부는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이번 사태가 창작품에 대한 저작권 의식이 없는 공무원 사회 풍토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비판하고 있다.

손 작가는 "김광석 길을 처음 만들 때 가족이나 친인척을 수소문해 의도를 설명하고 허락을 받은 뒤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그만큼 창작물 활용은 조심스러운 일인데 공무원들은 복제품을 만드는 데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석 거리를 기획한 이창원 인디053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 도용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김광석이란 콘텐츠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다. 김광석 길은 창작자들이 만든 거대한 예술품과 같지만 언제부턴가 김광석이라는 브랜드가 소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김광석이란 브랜드를 어떻게 지켜나갈지 창작자들과 지역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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