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대구시청, 어디로 갈까

여론조사라는 게 참 묘하다. 누가 하느냐,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 나거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총선에서도 후보마다 여론조사 결과가 달랐고, 언론사들의 조사 결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심지어 어떤 후보는 투표 직전 비공식 여론조사에서 2, 3%포인트 내로 따라붙었고, 또 다른 후보는 고전하다 막판에 역전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포인트 안팎의 큰 차이를 보이며 대패했다. 주관이나 의도가 개입된 여론조사에 의미를 두기가 힘든 이유다.

최근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구시청이 정말 경북도청 이전터(산격동)로 옮기느냐'는 문의 전화였다. 일주일 전 한 언론에 느닷없이 '시청이 도청 이전터에 신청사를 짓고 완전 이전한다'는 기사가 난 것이 발단이었다. 시는 기사의 진원지 및 보도 경위 파악에 나섰고, '시청의 도청 이전터 이전 관련해 계획도 없고,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도 없다'는 해명을 내놓으며 시청 이전 소동을 매조지 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 소동은 당일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 지역 신문들이 '대구시청사, 옛 도청부지로 완전 이전 가닥', '대구시청, 산격동으로 완전히 옮기나'는 등의 제목으로 시청 이전 기사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이전 논란' 보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가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러한 기사들이 계속 보도되는 것은 발언의 진원이 '대구시장'이기 때문이다. 의도됐든 아니든 권영진 시장은 해외 출장 중 동행한 기자들에게 사견을 전제로 시청의 도청 이전터 이전 구상을 밝혔고, 이를 근거로 시청 이전 기사가 보도된 것이다. 시에서 아무리 '계획한 바 없다'고 한들 시장에게서 나온 말을 이길 재간이 있겠는가. 이게 시장의 무게다.

시청을 도청 이전터로 옮겨선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시청 신청사는 도청 이전터에 들어설 수도 있고, 현 시청 부지나 인근에 지을 수도 있다. 다른 제3의 장소도 물색할 수 있다. 이전을 둘러싼 논란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시청 이전 또는 신청사 건립을 결정하기 위해선 아직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절차도 많이 남아 있어 당장 문제가 될 것도 없다. 문제는 시청 이전 논란의 중심에 '시장'이 있다는 것이다.

시는 청사 이전 문제를 6월 말, 7월 초쯤 계획된 시민원탁회의의 주제로 정해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소동으로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시의회와의 협의도 난망해졌다. 안 그래도 각 구를 대표하는 의원들이 모여 있는 시의회 특성상 이해관계가 엇갈려 협의가 쉽지 않을 터인데, 특정 장소에 대한 시장의 시청 이전 계획이 먼저 보도된 것에 대한 괘씸죄까지 적용된다면 시청 이전 문제가 더욱 꼬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시청 이전지 결정 과정에서의 객관성 결여다. 시장의 의중은 이미 드러났다. 시민 의견 수렴, 시의회 협의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시청 이전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시장의 의중이 드러난 마당에 과연 불편부당하게 추진될지 의문이다. 시장의 마음이 이미 도청 이전터로 가 있고, 이를 다 알고 있는데 시민원탁회의를 한들 과연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누가 하느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 나는 여론조사처럼 말이다.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돼 있다면 시가 원하는 장소로 이전을 추진하면 된다. 또 정말 공론화를 거쳐 장소를 결정할 생각이었다면 어떻게 하든 시청 이전 논의를 처음으로 되돌려야 한다. 대사를 그르쳐선 안 된다. 다시 생각해봐도 이번 이전 소동과 수습은 성급했고, 어설펐다. 대구시의 한 고위간부가 한 '시청 이전은 천도(遷都) 개념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 이제라도 적용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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