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차 주부 김모(45) 씨는 올 들어 외식비 등 가계 씀씀이를 대폭 줄였다. 지난해 대구 수성구 한 지역주택조합에 투자한 1억여원의 목돈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꼼꼼히 따지지 않고 사촌 언니의 권유로 덥석 가입한 게 화근이었다. "당초 수익성이 크다는 조합 업무대행사의 말과 달리 사업 진행도 더디고 조합원끼리 갈등까지 생겨 추가분담금을 내야 할 판입니다. 앞이 캄캄합니다."
난립한 지역주택조합의 여진이 대구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가계는 지갑을 닫고 건설 경기는 추락하고 있다. 상당수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지연되거나 사실상 멈춰 섰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경산 포함)에서 추진 중인 지역주택조합은 지난해 말 기준 조합 설립 인가 6개, 신청 중 1개, 조합원 모집 27개 등 34개 단지(2만3천235가구 규모)다. 준비 중인 곳을 더하면 50개 이상이다. 하지만 사업이 성공한 곳은 수성구 만촌동의 한 아파트 단지가 유일하다.
전국에서도 지역주택조합 성공 사례는 드물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전국에서 155개 지역주택조합이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 중 아파트를 짓고 입주까지 마친 조합은 겨우 34개뿐이다. 사업 성공 확률이 2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대구의 경우 30여 개 지역주택조합에 개인당 수백만원에서 억대의 돈이 잠겨 있는 탓에 가계는 씀씀이를 대폭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에선 지역주택조합에 잠긴 자본이 300억~5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민경제를 알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이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연간 시'도 서비스업생산 및 소매판매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비스업생산 증가율에서 대구는 전년 동기 대비 2.7%로, 전국 평균 3.1%에 못 미쳤다. 16개 시'도 중 공동 10위인 초라한 성적이다. 소매판매도 4.5%에 그쳐 최하위 수준인 13위에 머물렀다.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이진우 소장은 "지역주택조합은 전적으로 조합원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조합원 모집 때 광고하는 사업 규모나 아파트 층수는 예상치일 뿐 건축심의를 통과한 것이 아니다. 이후 추가분담금이 발생하거나 사업 지연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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