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개발한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 이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대국 이전만 해도 이세돌 9단의 낙승이 예상되었고, 이세돌 9단 스스로도 모든 대국을 이기지 못한다면 자신의 패배라고 말할 만큼 자신에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대국이 시작되자 이세돌 9단은 5국 중 한 번만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 후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고, 인간이 수행하던 여러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체하여 수많은 직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리라 전망합니다. 그중 가장 먼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 중 하나가 법관입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법률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가 감소할 수는 있으나 법관이 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법원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 중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중 똑같은 사건은 없고, 매 사건마다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판단을 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B씨와 C씨의 싸움을 말리던 A씨가 싸움을 말리는 과정에서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화가 나 B씨를 폭행하여 다치게 한 사건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A씨가 산술적으로 계산된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면 정당할까요? 법관은 피해자인 B씨의 과실을 참작하여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데, 그 과실 비율은 기계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재량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인공지능은 인간과 달리 공감 능력과 소통 능력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면, 가족 간 분쟁의 경우 법관이 당사자들과 공감을 하고 소통을 하는 여러 과정에서 조정 등으로 분쟁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을까요?
셋째, 인공지능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없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인공지능은 다음과 같은 판결을 할 수 있을까요? 대한주택공사가 딸 이름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70대 노인을 상대로 임차인이 아님을 이유로 분양전환을 거절하고 주택의 인도를 구한 사안에서 "홀로 사는 칠십 노인을 집에서 쫓아내 달라고 요구하는 원고의 소장에서는 찬바람이 일고, 엄동설한에 길가에 나앉을 노인을 상상하는 이들의 눈가엔 물기가 맺힌다. 우리 모두는 차가운 머리만을 가진 사회보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진 사회에서 살기 원하기 때문에 법의 해석과 집행도 차가운 머리만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함께 갖고 하여야 한다고 믿는다"며 대한주택공사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이 있습니다.(대전고등법원 2006. 11. 1. 선고 2006나 1846 판결) 위 판결은 법률 해석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었으나 인공지능이라면 애초에 위와 같은 여러 사정에 대해 고민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위와 같이 인공지능이 법관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가 명백함에도 일반 국민들이 여전히 인공지능 법관의 출현을 원하는 이유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법관이 인공지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법률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 관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과 혜안, 균형적인 감각과 공정한 안목, 당사자를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이해심과 포용력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저부터 조금씩 노력해 보려 합니다.
오늘은 제53회 법의 날입니다. 여러분들도 오늘 하루는 법이란 과연 무엇인지, 이상적인 법관이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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