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원전 부지에 대해 실거래가 보상을 할 경우 원전 부지 지주들은 한마디로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지난 2012년 9월 원전 부지 고시 이후 한국수력원자력과 영덕군은 줄곧 공익사업법의 보상과 수용 관련 조항을 근거로 고시 당시 지가에서 최소한의 공시지가 상승분만을 제한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감정평가사법이 제정돼 올 9월 발효되면 지주들은 상주~영덕 동서4축고속도로, 포항~삼척 동해중부선 철도, 포항~영덕 남북7축 고속도로 등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계획된 SOC 사업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주들이 소송을 통하지 않고도 예전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원전 지주들이 주장하는 최근 실거래가와 한수원이 선매수의 근거로 삼은 지난 2013년 감정평가금액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대 수십 배까지 차이가 난다.
기자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지는 초기 한수원 감정가격이 ㎡당 최저 7만950원~최고 18만8천원이었지만 원전 부지 인근 영덕군 영덕읍 오보리의 대지는 74만5천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밭은 한수원 감정가가 ㎡당 최저 1만2천800원~최고 8만2천200원이었지만 원전 부지 인근 노물리 밭은 59만8천원에 거래됐다. 논도 한수원 감정가는 ㎡당 최저 3만9천원~최고 4만7천300원이었지만 같은 읍내 화수리 논은 18만9천원에 사고 팔렸다.
원전 부지 중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임야도 한수원 감정가는 ㎡당 최저 7천500원~최고 1만1천950원이었던 것에 반해 지난 2014년 원전 부지 내 노물리의 한 임야는 9만원이 넘는 가격에 경매됐다.
영덕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원전 부지 지주들이 실거래가로 보상을 받게 되면 영업보상이나 묘목'지장물 보상 등까지 합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전 부지 지주들 단체는 원전 지주들과 원전 찬성 인사들로 구성된 천지원전추진운영대책위원회와 부지 내 석리 주민들의 석리생존권대책위원회 등 2개뿐이었으나 올 들어 외지 지주들이 중심이 된 영덕천지원전지주총연합회가 새롭게 조직되면서 입장이 갈라졌다.
외지 지주들은 영덕 현지 지주단체들에 의존해서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현지 단체에 대한 위임을 철회했다. 이어 이들은 적극 행동에 나서 실거래가 보상을 요구하며 한수원 본사 앞에서 두 차례 시위에 이어 정보공개청구 감사청구 등으로 한수원을 압박하고 있다.
원전 부지 지주들이 원전 보상으로 대박의 부푼 꿈을 꾸고 있다면 영덕 군민들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농어민과 영덕대게 브랜드로 먹고사는 강구 대게 상가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쪽박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주민들 사이에선 "원전 부지 선정과 고시를 전후해 영덕군 지도층 인사들과 공무원들 사이에 원전발 부동산 투기설이 널리 퍼졌었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의 박탈감과 반감은 원전 추진이 속도를 내면 낼수록 더 증폭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원전 부지에 대한 조 단위의 보상금이 풀리더라도 영덕 외지 지주들은 물론 영덕에 주소를 둔 지주들이 영덕에 그 돈을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한다. 대신 영덕에 남을 수밖에 없는 농민들과 영세 어민들은 실체적인 보상에서 철저히 소외될 수밖에 없으며 무형의 자산인 영덕 대게 브랜드 가치 훼손에 대한 보상도 불투명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영덕읍 주민 김모(59) 씨는 "혐오시설인 원전이 가동되는 동안 방사능 오염이나 사고 위험 등은 힘없는 주민들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 젊은 엄마들 사이에 원전이 지어지면 아이를 데리고 영덕을 떠나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시위가 없다고, 투표로 나타내지 못했다고 반대가 숙졌다고 본다면 오산이다"며 주민들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원전과 관련된 각종 지원금 역시 농어민들과는 괴리돼 있다. 지난 2014년 11월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영덕을 방문해 영덕원전을 기정사실화하며 100억원을 지원했다.
이 금쪽같은 돈은 현재 상당 부분이 각종 행사성 경비로 지출되고 있다. 영덕군이 원전 가동 60년간 영덕군에 지원되는 2조원에 대한 사용처를 구상하고 있지만 대부분 길 내고 건물 짓는 사업 예산에 치중돼 있어 다른 원전 소재 지역의 원전 의존형 경제구조와 차별화시키는 구상은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여러 차례 여론조사에서 60%가 넘는 주민들이 원전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11일 영덕군 주민들이 자발적인 원전 찬반 투표를 한 결과 전체 유권자 대비 32.5%인 1만1천209명이 투표해 91.7%인 1만274명이 '원전 반대'에 표를 던졌다.
원전 반대 단체들은 "원전 반대 영덕 민심은 그대로"라며 본격적인 원전 백지화 투쟁에 다시 시동을 걸 태세다.
영덕원전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국민권익위의 영덕 현지 이동 신문고를 찾아 영덕원전 유치 과정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원전 철회를 요구했다. 영덕원전반대범군민연대도 원전 백지화 수요촛불집회를 이어가면서 이달 30일 체르노빌사고 30주년 추모 행사를 겸한 원전 백지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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