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야시장 대구 새 명소로]<1>우수 사례 부산 '부평깡통야시장'

5천원 한 장으로…25가지 이색 음식 골라 먹는 재미

지난달 23일 부산 중구 부평깡통야시장이 이곳을 찾은 청년,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 있다. 이곳은 전국 최초의 상설시장이자 이색 먹거리로 가득한 야시장을 도입해 전통시장 발전을 이끈 우수 사례로 전국 관광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23일 부산 중구 부평깡통야시장이 이곳을 찾은 청년,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 있다. 이곳은 전국 최초의 상설시장이자 이색 먹거리로 가득한 야시장을 도입해 전통시장 발전을 이끈 우수 사례로 전국 관광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오는 6월부터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이 2지구 인근 건어물상가 주변에 '서문야시장'을 열고 밤을 환히 밝힌다. 대구 10미(味)와 양식'중식'퓨전 및 다문화요리, 공예품'기념품 등 80개의 매대가 들어서 대구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개장한 타 지역 야시장의 우수 운영 사례와 서문야시장의 준비 과정을 살펴보며 보완할 것은 없는지, 또 서문야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자, 다들 장사할 준비 됐지요? 모자랑 턱 마스크, 앞치마 착용하시고! 다 됐으마, 오늘도 힘내가지고 열심히 해 봅시데이!"

지난달 23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 공영주차장 한편에 모여 있던 이동식 조리 카트 27대가 이곳 시장 상인회 관리팀장의 지시를 받자마자 일제히 시장 안으로 향했다. 이날 자정까지 시장 한가운데 110m 길이의 직선 통로를 '부평깡통야시장'으로 바꿔 놓을 야시장 상인들이 매대를 밀거나 당기고 있었다.

국내 1호 야시장으로 전국적 관광 명소가 된 부평깡통야시장이 지난달 매대 절반을 교체하며 '시즌2' 운영에 들어갔다.

부평깡통야시장은 부산시와 이곳 상인회가 어묵시장으로 유명하던 부평시장을 활성화하고자 2013년 10월부터 개장했다.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음식매대 25곳, 상품매대 5곳 가운데 매일 3개 매대가 휴무하고 나머지 27곳이 영업한다.

동남아 음식과 멕시코, 독일, 스페인 등 다양한 외국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전체 매대의 3분의 1가량을 청년과 한부모'다문화가정,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층이 운영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색 음식 맛보러 전국서 방문, 한식'퓨전식은 물론 미고랭, 쌀국수 등 외국 요리도

불과 1시간 전까지만 해도 한산했던 시장은 야시장이 개장되자 불과 3m 떨어진 카트 사이를 이동하는 데만 1~2분이 걸릴 정도로 붐비기 시작했다. 주말을 맞아 타지에서 여행 온 청년, 자녀'손주와 함께 방문한 중'장년 및 노인 부부도 보였다.

가로 폭 약 5m의 시장 통로는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카트 행렬을 경계로 양 갈래 길이 됐다. 야시장 방문객들은 카트에 적힌 '우측통행' 문구에 따라 한 방향으로만 걸으며 먹거나 사고자 하는 상품을 찾아 계속 움직였다.

다채롭고 독특한 음식이 즐비했다. 우유튀김과 망고 퓨레(갈아 만든 반고체 상태 주스), 스팸버거, 해물모둠꼬치 등 일반 음식점에서는 보기 힘든 음식들이 군침을 유발했다.

터키의 케밥, 베트남의 미아다(사탕수수) 주스와 쌀국수, 인도네시아식 볶음국수 미고랭, 일본식 해물부침개 오코노미야키, 멕시코의 퀘사디아 등 외국의 이색 요리도 보였다. 군데군데 캐릭터'팬시 상품과 향초(캔들), 여행 기념품을 판매하는 매대도 있었다.

가격은 메뉴당 최고 4천원 전후로 상한선이 있어 중'고등학생이 즐기기에도 충분했다.

방문객들은 처음 보는 음식과 기념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고, 대부분의 음식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맛을 냈다. 상인들은 주말이면 한 점포당 50~100인분은 거뜬히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치즈호떡 판매자 고모 씨는 "호떡 반죽을 양철 양동이에 한가득 담아 왔다. 고급 모차렐라 치즈도 잔뜩 챙겨 온 만큼 집에 갈 때까지 준비한 재료를 다 쓰고 갈 계획"이라고 했다.

야시장 상인들은 이날 요리를 판매하고자 짧게는 10분, 많게는 2시간씩 들여 기본재료와 초벌요리를 준비했다. 야시장 현장에서는 사고를 막고자 가스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보니, 상인들은 시장 지하에 마련된 공동 조리장의 냉장'냉동고와 가스'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하고 있었다. 부평깡통시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하는 상인도 많았다. 오코노미야키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매일 이곳에서 채소 재료를 구입한다. 시장의 기존 점포 상인들과 상생할 수 있어 우리를 많이들 반겨준다"고 했다.

◆손님 줄어들던 위기, 야시장 통한 관광자원화로 극복

부평깡통시장은 1910년 국내 최초의 상설시장으로 개장한 이래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다. 부산 명물인 어묵이 집중되는 곳으로 유명했던 데다 인근에 국제시장과 보수동 책방골목, 부평 족발골목, 광복로 패션거리 등 이름난 관광지도 많아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수년 새 불경기와 전통시장을 외면하는 소비 성향의 변화로 인해 시장 내부에서는 매출이 예전만 못하다는 위기의식이 컸다. 이런 가운데 2013년 전통시장 활성화 목적으로 야시장을 들인 것은 전국의 청년 및 여행객에게 인지도를 높인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평깡통야시장은 매년 1년 단위로 매대 상인을 선정한다. 폐점을 희망하거나, 3차례 연속 물의를 일으켜 퇴거 명령을 받은 매대가 있으면 매대 지원 신청을 받은 후 상인회가 심사를 거쳐 판매자를 선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기가 좋은 매대는 입점을 연장하기도 한다.

부평깡통야시장 최인용 관리팀장은 "부산시민과 전국 관광객의 관심이 쏠린 만큼 제품의 품질과 쓰레기 처리, 사고 방지에 특히 신경 쓰고 있다. 부산시'중구청과 함께 꾸준히 식품 품질을 관리하고, 다음 날 점포 상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야시장 상인들에게 쓰레기봉투와 쓰레기통을 지급하고 있다"며 "다문화가정, 노숙인 자활단체도 이곳에서 영업하거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 모든 부산시민과의 상생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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