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수성구의 한 새 아파트에 입주한 주부 유모(37) 씨. 결혼 7년 만에 마련한 새집인 만큼 가구도 모두 새로 장만하며 한껏 기분을 냈다. 하지만 새집에 입주했다는 기쁨도 잠시. 새로 산 가구와 벽지에서 불쾌한 냄새가 났고, 눈이 따갑고 머리도 아팠다. 유 씨는 "이사를 온 후부터 다섯 살과 세 살 된 아이가 자주 기침을 한다"면서 "새집증후군인 것 같아 자주 환기를 하지만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고 말했다. '새집증후군'은 실내 공기가 나빠져 생기는 환경 질환의 일종이다. 주로 건축자재나 가구, 벽지, 사무기기 등에서 방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원인으로, 호흡기 질환이나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두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유해한 실내 공기로 인한 질병이기 때문에 '아픈 건물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SBS)'으로 부르기도 한다.
◆손쉽게 체내로 들어와 건강 망쳐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포름알데하이드와 벤젠, 톨루엔, 퍼클로로벤젠 등이 대표적이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건축자재나 가구, 사무기기, 방향제, 공예품 등에 섞여 있다가 기체나 미세한 고체 형태로 공기 중으로 빠져나와 호흡기나 피부, 점막 등으로 흡수된다. 특히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화학적으로 지방 친화적이기 때문에 호흡기나 피부의 세포막을 쉽게 통과해 혈액 속으로 침투한다. 온몸의 기관과 조직들은 유해 화학물질의 저장소 역할을 하며 서서히 혈액 속으로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이 과정에서 화학물질들은 건강에 해를 끼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눈의 점막을 자극하고 두통을 일으킨다. 코막힘과 목 통증, 가슴이 답답하고 타는 통증, 메스꺼움, 어지럼증, 심한 피로 등의 원인도 된다. 장기간 노출되면 암이나 신경독성, 중추신경 억제 등을 일으킨다.
공기 탈취제나 좀약 등에 쓰이는 벤젠류나 각종 선반이나 가구, 마루, 벽 등 실내 목재로 만든 건축자재의 접착제나 방부제로 많이 사용되는 포름알데하이드는 모두 백혈병 1급 발암 물질이다. 톨루엔은 후각 상실과 메스꺼움, 간 및 신장손상과 신경장애, 뇌손상 심장부전, 월경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방향성 복합물질은 말초신경 손상을 일으켜 팔'다리 저림과 정교한 활동 장애, 감각 및 운동 장애 등의 원인이 된다. 새집증후군이 심해지면 '화학물질과민증'으로 이어져 관절염이나 장염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불안 등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노인·어린이 더욱 취약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단독 또는 서로 결합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시기에 따라 다른 증상이 나타나거나 같은 건물 안에 있더라도 사람에 따라 증상이 다를 수도 있다.
특히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어린이와 노인에게 더욱 나쁜 영향을 끼친다. 노인의 경우 호흡기와 다른 인체기관의 방어력과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질병이 생기거나 증상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의 경우 방어력과 면역체계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여서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그러나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나 호흡기 질환 등이 모두 새집증후군 탓은 아니다. 새집증후군의 경우 건물을 떠나면 증상이 사라졌다가 돌아오면 다시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바깥 공기를 쐬거나 일정기간 환기를 하면 불쾌감, 두통과 현기증 등의 증상이 사라진다. 다만 아토피 피부염이나 천식 등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인한 질환이 있는 경우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농도가 낮아도 기존 질환의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폼알데하이드에 노출된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경우 가려움 증상을 심화시키는 수분손실이 높게 나타난다.
◆새집 입주 전 '베이크아웃' 도움돼
새집증후군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바깥 공기와 실내 공기를 자주 바꿔주는 환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내 공기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유해 화학물질의 농도가 낮더라도, 점차 축적되면서 체내로 침투하는 양이 늘기 때문이다. 실내 온도를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내 온도가 높아질수록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많이 배출돼 새집증후군의 증상이 심해진다.
새집에 입주하기 전에 내부 온도를 크게 올리고 환기를 하는 '베이크아웃'도 새집증후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베이크아웃은 실내 온도를 높여 화학물질이 공기 중에 방출되도록 한 뒤 환기를 통해 배출하는 방법이다. 베이크아웃은 입주하기 15~30일 전 5일 동안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만 너무 갑자기 실내 온도를 높이면 실내 내장재가 손상될 수 있으므로 1, 2일은 23~25℃ 정도를 유지한 뒤 온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김성희 대구가톨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물 실내 자재와 방향제 등을 친환경제품으로 하고 좀약 등을 천연방충제로 대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김성희 대구가톨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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