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실시되는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필리핀판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시 시장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강력 범죄가 만연한 필리핀에서 기성 정치인과 대비되는 그의 카리스마와 범죄 근절 공약에 표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초법적인 공약을 쏟아내자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두테르테 시장이 공산 반군과의 협력 의향을 밝히자 군부의 반발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여론조사 업체인 펄스아시아가 4월 26∼29일 유권자 4천 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두테르테 시장이 33%로 1위를 유지했다.
그다음으로 마누엘 로하스(58) 전 내무장관 22%, 그레이스 포(47) 상원의원 21%, 제조마르 비나이(73) 부통령 17% 순이었다.
그 전주 조사 때와 비교하면 두테르테 시장 지지율은 변함이 없었고 로하스 전 장관 지지율이 2%포인트 증가하며 2위로 올라섰다.
다바오시를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바꾼 경험을 살려 대통령 취임 6개월 안에 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두테르테 시장의 공약이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환멸과 맞물려 표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상반기 필리핀에서 발생한 범죄는 88만5천여 건으로 전년보다 46% 급증했다. 100만 정 넘는 불법 총기 유통으로 강도, 살인 등 강력 범죄가 빈발한다. 이는 "대통령이 되면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는 두테르테 시장의 극단적인 발언이 호응을 얻은 이유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면 범죄자를 죽이는 것은 물론 기존 국정 운영의 틀을 깨기 위해 '혁명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는 그의 구상은 국내외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 정부는 두테르테 시장을 '현대판 폭군'이라고 비판했다.
에르미니오 콜로마 대통령궁 대변인은 "혁명 정부는 헌법 체제가 더는 작동하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며 "우리는 지금 강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고 일간 마닐라타임스에 말했다.
라몬 델 로사리오 마카티 비즈니스클럽 회장은 "두테르테 시장이 법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법치는 신뢰의 기반으로, 신뢰가 있어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투자가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주재 유럽상공회의소의 헨리 슈마허 대외담당 부회장은 "법치가 옆으로 밀리면 투자자들이 투자 확대 계획을 미루고 신규 투자자도 필리핀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필리핀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 매도로 주가가 하락하고 페소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필리핀 경제가 작년 5.8%에 이어 6.0% 성장해 동남아 국가 가운데 두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경제의 최대 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외면으로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
두테르테 시장은 최근 공산 반군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새 정부에서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은 "군은 공산주의자와 어떤 형태의 권력 공유도 싫어한다"며 두테르테 시장이 쿠데타에 취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시장은 "국민의 전적인 지지를 얻으면 군과 경찰은 자신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박하지만 그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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