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옥시 영국 본사 CEO, 진정성 있는 사과 없어…기존 입장만 되풀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 김덕종 씨(사진)와 이 사건에 관여해온 환경보건시민단체 최예종 소장이 6일(현지시간) 옥시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 CEO와 면담했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는 없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 김덕종 씨(사진)와 이 사건에 관여해온 환경보건시민단체 최예종 소장이 6일(현지시간) 옥시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 CEO와 면담했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는 없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최대 피해자를 낸 옥시 영국 본사는 진정한 사과의 말을 내놓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덕종 씨와 이 사태에 관여해온 환경보건시민단체 최예용 소장이 6일(현지시간) 오전 10시, 옥시의 영국 본사를 찾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났지만 "진정한 사과의 말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날 오전 런던 교외에 있는 레킷벤키저 본사에서 레카시 카푸어 CEO와 40분간 면담 후 기자들에게 "CEO가 사과한다(apology)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며 유감이라는 단어만을 되풀이했다"며 분노했다.

카푸어가 언급한 입장은 옥시 한국법인 대표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카푸어 CEO는 입장을 담은 서한을 읽어준 뒤 아무런 질문을 받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는 것이다.

CEO가 전한 서한은 "우리에게 어느 정도 괄목할만한 성장도 있었던 반면, 잘못한 부분도 있었다. 한국에서 판매됐던 옥시 RB 제품 중 하나가 사망과 폐손상을 일으켰다는 보도를 접하셨으리라 생각한다. 본 사안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적혔다.

또 피해자들 '상당수'와 문제를 합의했다는 점을 적시했다.

특히 김 씨는 "내용의 상당부분이 레킷벤키저 주주들에 대한 사과였지,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아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카푸어 CEO는 면담 도중 김씨 만을 따로 불러 이야기하자고 했으나, 김씨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소장은 "CEO가 면담 도중 김 씨를 따로 보자고 얘기했고, 다른 직원이 '피해자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하려는 것'이라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개별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그는 "큰 기대를 하고 만났는데 그런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데는 5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자기 입장만 말하고 개별적으로 저에게 사과하려 했다"고 말했다.

최 소장과 김씨 등 항의방문단은 "레킷벤키저의 지난해와 오늘의 입장은 큰 변화가 없었다. 다국적기업이 한국민에 대해 가진 입장에 분노가 치밀어오른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앞으로 형사사건 전문 영국 변호사와 만나 레킷벤키저 경영진과 이사진을 영국 검찰에 살인 및 살인교사, 증거 조작 등의 혐의 등으로 고발하는 문제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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