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부모 기록 남기기 싫어서…입양 대신 아이 버린다

출생신고해야 입양 가능 특례법 탓…정식절차 외면 매매 등 부작용 불러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한 '입양의 날'(5월 11일)이 제정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입양특례법의 모순으로 입양이 오히려 줄고 있어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현행법상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해야만 입양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록이 남는 것을 꺼리는 친부모들이 아이를 버리거나 불법 입양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총 2천464건이던 입양 건수는 2014년에는 1천172건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영아 유기는 2011년 127건에서 2014년 28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와 입양기관 관계자들은 2012년 8월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입양 신고제가 법원 허가제로 바뀌면서 친부모들이 정식 입양 절차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진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윤경 홀트아동복지회 대구사무소장은 "입양상담을 하다가 출생신고와 숙려기간 등 절차를 설명하다 보면 '알아서 하겠다'며 돌아간 뒤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입양의 경우 적어도 1년의 시간이 걸려 나이가 어리거나 학교에 다니는 미혼모는 많이 부담스러워 한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로 출산 뒤 아이를 유기하거나 입양 브로커에게 불법 입양시키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4월 대구 한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출산한 30대 A씨는 아이를 신생아실에 버려둔 채 도망치기도 했다. 검찰 조사에서 A씨는 입양을 알아보던 중 절차가 까다로워 포기하고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또 지난 3월에는 경기도 부천에서 40대 여성이 미혼모에게 접근해 병원비 등 출산비용 100만원을 주고 영아를 매매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김은희 대구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특히 대구는 영아 매매 브로커들이 많이 접근하는 곳이다. 입양시설이 많고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보수적 생각이 남아 있어 입양이 많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발생한 논산 영아 매매 사건에서도 영아 2명이 대구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출생신고라는 입양절차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 소장은 "입양특례법은 아이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법으로 반드시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입양기관이 친모의 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아이를 단독 호적으로 만들어 출생신고하거나 병원에서 출산신고를 하는 등 입양절차 부담을 줄이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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