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선주의 야생화 이야기] 고운 한복을 입고 있는 꽃, 깽깽이풀

5월 초면 항상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바로 가수 조관우의 '꽃밭에서'이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이렇게 좋은 날엔, 이렇게 좋은 날엔, 그 임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사에 나오는 고운 빛을 가진 식물이 바로 오늘 소개할 '깽깽이풀'이라는 야생화다. 비슬산이나 대구 범물동에서 용지봉 쪽으로 산행하다 보면 4월 초에서 5월 초 사이에 보라색 예쁜 한복을 입은 야생화가 바람에 나풀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깽깽이풀이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숲 속에서 볼 수 있는 꽃이다. 깽깽이풀은 잎이 나오기 전에 연한 보랏빛 꽃대가 먼저 나온다. 메마른 대지를 박차고 나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꽃이 피는 기간이 짧아 꽃을 보려면 여러 번 산행을 해야 하는 귀한 꽃이다. 꽃을 보면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볼 때마다 숨이 막힐 정도다. 예쁜 꽃이기도 해서 관상용으로, 그리고 한약재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나 자생지가 급격히 줄어들어 1977년 산림청에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된 후, 최근에는 개체 수가 많이 발견되어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한 식물이다. 약한 바람에도 꽃잎이 떨어지는 정도여서 피자마자 불과 며칠 사이에 꽃이 져 버리기 때문에 보기가 쉽지 않다. 생육조건도 매우 까다로워 주로 낙엽수림의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 그렇기 때문에 산에서 깽깽이풀을 만나면 오늘은 행운이 있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꽃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감상하면 된다. 절대로 캐서 집으로 가지고 오면 안 된다. 위에서 말했듯이 키우기가 무척 까다로운 꽃이다.

깽깽이풀은 꽃대에 2개의 잎이 달려 있어 영어로는 'Twin leaf'라고도 부르고, 잎이 마치 연잎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한자 이름에 연(蓮)이라는 단어를 붙여 '선황연'(蘚黃蓮)이라고 한다. 잎은 전체가 딱딱하며 밑으로 처지지 않고, 연잎처럼 물에 젖지 않는다. 또한 깽깽이풀은 심장에 화가 많이 나 있는 사람에게 아주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잎 모양이 연잎 모양 또는 심장 모양인 이유가 우연이 아닌 것 같아 신비롭기 그지 없다. 깽깽이풀 이름에는 여러 가지 유래가 있다. 우선 5월 바쁜 모내기철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마치 깽깽(땡땡)이를 치며 재미나게 놀자고 유혹하는 것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 전통악기인 해금을 깽깽이로 부르는데 이 악기의 아름다운 음처럼 빠져드는 매력이 있어서 붙여졌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강아지가 이 풀을 먹으면 환각을 일으켜 깽깽거린다' 해서 붙여진 어설픈 유래도 있다.

어쨌든 악기부터 의성어까지 다양한 유래가 있지만, 초봄이 아닌 익은 봄의 상큼함을 대변해주는 깽깽이풀이야말로 예쁜 보라색 한복을 입은 새색시를 닮은 야생화이다.

깽깽이풀의 열매는 5월 말이나 6월 초에 맺는데 주로 개미가 이 열매를 숲 속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깽깽이풀의 열매에는 하얀색의 단맛 액체가 있어 개미들이 좋아한다. 열매에는 엘라이오좀(elaiosome)이라고 불리는 달콤한 맛의 지방산 덩어리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것을 개미들이 아주 좋아한다. 개미가 열매에 붙은 꿀을 먹고 개미집에 씨앗을 넣어두면, 내년에 개미집에서 새로운 깽깽이풀이 자란다.

보라색 꽃을 가진 명품 야생화, 깽깽이풀이야말로 예쁜 한복을 입은 새색시를 닮은 그런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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