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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어린이 사진전 60돌 기념 회고전]<10회> 김복만 작 '흉내'<1964년>

찡그리고 놀라고…천진난만 아이들 흉내도 참 귀엽네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10회 금상 김복만 작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10회 금상 김복만 작 '흉내'(1964년)

오래전 어느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미술 시간에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였다. 다 그린 그림을 선생님이 살펴보다가, 한 아이가 그린 그림에 눈길이 멈추었다. 철봉이 있고, 그 아래 어린 아이가 서 있는데, 하늘의 해를 새까맣게 칠해 놓았다. 선생님이 생각하기에는 '이 학생이 색맹이나 눈에 장애가 있는 게 아닐까'해서 물어보았다. '왜 하늘에 해를 새까맣게 칠해놓았느냐?' 학생은 오히려 선생님이 이상하다는 듯 '선생님, 철봉을 몇 바퀴 돌고 나서 해를 쳐다보니까 새까맣던 대요.'

어떤 학생은 강물을 새까맣게 칠해 놓았다. 그 학생의 대답인즉 '강물이 심하게 오염되어서 새까맣게 보이더라'는 것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어떤 학생은 화투장을 여러 개 그려놓고, 그 옆에다 조그맣게 어머니를 그려놓았다. 그 학생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집에 가면 어머니는 언제나 화투를 치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우문현답 요절복통.

어른들은 언제나 자신의 잣대로 아이들을 이해하거나 가르치려 든다. 아이들의 생각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이들은 그들 나름의 잣대가 있고, 세상을 보는 눈이 있다. 때로는 그들의 잣대나 눈높이가 어른들을 놀라게 하거나 깨우쳐 주기도 한다. 때 묻지 않아서 순수하고, 욕심이 없어서 둘러대지 않으며, 잔재주를 부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천사의 마음을 가졌다고 하지 않는가.

소꿉놀이를 하면서 노는 아이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곁에서 누가 시키거나 감독하지 않아도 잘들 지낸다. 나는 선생님, 너는 학생, 또 너는 군인, 그리고 너는 장사꾼 하면서 역할을 정하고 그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즐겁게 논다. 그 자리에 공연히 부모가 끼어들면 판이 깨지고 만다. 또한 집에서도 그렇다. 가만히 보면 거울을 바라보며 웃기도 하고, 찡그리기도 하면서 일인다역을 잘도 해낸다. 신기하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재능이 있고 내일에 대한 꿈도 있다. 쓸데없이 간섭하거나 억지를 부리는 것은 아이의 장래를 망치는 것이다. 음악에 소질이 있는 아이에게 법관이 되라고 하거나, 장사에 소질이 있는 아이에게 의사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모나 선생은 그것을 찾아서 바르게 이끌어 주면 된다.

◇ 1964년

▷인혁당 사건 발생=1964년 8월 14일 중앙정보부는 북한의 지령을 받아 대규모 지하조직인 인민혁명당을 조직해 국가 변란을 기도했다며, 혁신계 인사와 언론인'교수'학생 등 41명을 검거하고 16명을 수배했다. 인혁당 사건은 1차(1964년)와 2차(1974년) 인민혁명당 사건으로 나뉘는데, 1974년의 2차 사건은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이라고도 한다.

▷박정희 대통령 서독 방문=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서독을 방문해 한-독 경제협정을 체결했다. 12월 독일의 함보른 탄광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거기서 일하는 한국인 광부'간호사들을 향해 "나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우리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 정말 반드시…." 라고 연설해 장내는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6'3사태, 비상 계엄령=한-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회담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자 박정희 대통령은 6월 3일 오후 8시 서울시 전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4개 사단병력을 서울 시내에 투입해 3개월가량 계속되던 시위를 진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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