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면적 697㎢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다. 대구 면적(884㎢)의 80% 정도다. 땅만 보면 세계에서 192위로 꼴찌에 가깝다. 작은 땅에 557만 명이 바글바글 산다.
땅은 좁고 인구는 많지만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다. 아시아 국가로선 유일하게 1인당 국민소득 세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는 5만4천달러로 세계 7위였다. 아시아 2위인 일본(3만3천달러)이나 3위인 우리나라(2만8천달러)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싱가포르가 처음부터 잘사는 나라는 아니었다. 영 식민지와 일제강점기, 다시 영 식민지, 말레이시아 연방국을 거쳐 1965년 독립할 때만 해도 생존 자체가 의문시됐다. 작은 섬나라가 독립 국가로 남을 수 있을지를 모두가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들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고, 좁은 국토에 천연자원이라곤 없었다. 수입원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싱가포르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잘사는 나라로 만든 이는 리콴유였다. 첫 총리로 25년간 집권한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깨끗하고 청렴한 사회를 강조한 '클린 앤 그린' 정책이었다. 그는 공무원의 처우를 민간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대신 공직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철저한 무관용(Zero tolerance)으로 일관했다. 기업인이 공무원에게 선물이나 식사를 제공한다는 발상 자체를 금기시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부패 지수(높을수록 부패가 덜함)는 세계 8위이고, 우리나라는 37위였다. 대부분 나라에서 부패지수 순위와 소득 순위는 궤를 같이한다.
김영란법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자 이해 단체들이 '다 죽는다'며 아우성이다. 불을 붙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내수 위축' 염려 발언이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 농협이 농축산물을 제외해 달라고 했고, 외식산업 연구원은 매출 4조원이 감소할 것이란 자료를 내놨다. 백화점 업계는 선물 비상이 걸렸다고 했고, 골프장들도 매출 감소를 염려했다. 급기야 여당에서는 '미풍양속'까지 들먹이고 나섰다. 부정한 돈이 마치 내수의 유일한 버팀목인 양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김영란법을 향해 화살을 돌리고 있다.
과연 그런가.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부정한 돈으로 경기를 떠받치는 허약한 나라가 됐나. 그렇다면 사소한 부패도 무관용으로 다스린 싱가포르는 어찌 아시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됐나. 깨끗한 공직 사회를 만들자는 김영란법은 또 무슨 죄를 지었기에 벌써부터 난도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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