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기자들이 밀집한 세종시 첫 마을의 한 아파트에서 최근 한 고등학생이 투신한 일이 벌어졌다. 학업 스트레스와 전학 온 학교에서 적응이 힘들었다는 게 투신의 이유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투신으로 초등학생인 필자의 딸을 포함해 인근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에게 투신 학생의 시신은 고스란히 노출됐다. 충격은 학생의 부모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 전체로 퍼졌다.
1년여 전에는 보건복지부 소속 한 여성 사무관이 자신이 머물고 있던 세종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무단결근이 이어진 사무관의 행적을 궁금해한 동료가 숙소를 찾아보니, 연소한 번개탄 옆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한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무 스트레스와 우울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에는 '엽총 살해'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일이 세종시에서 벌어졌다. 50대 남성이 예전 동거녀의 가족 등에게 엽총을 무차별 난사, 3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사건 이후 현장을 빠져나온 용의자는 금강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종시의 자살 문제는 세종시가 생기기 시작한 초기 단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택시기사에 따르면 세종시 건설 발표 직후 음독자살한 토착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 소 꼴 먹이러도 오지 않을 정도로 외진 곳이 지금의 세종시다. 이런 곳이 갑자기 개발됐으니 땅값이 뛰었고 큰 보상금이 지역민에게 투입됐다"며 "대부분 영세농인 토착민들의 자녀들은 돈 냄새를 맡고 가족 간 분쟁을 일으켰고, 이를 보다 못한 부모들이 농약을 먹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자살 문제 외에 안전 문제가 세종시의 새로운 문제점으로 부상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세종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4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차량 1만 대당 3.02명이 사망해 8개 특별'광역시 중 1위는 물론이고 교통지옥이라 불리는 서울보다 3배나 높았다. 공사 건설 차량과 유동차량 증가에 따른 부작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세종시는 문제를 덮는 데만 급급하다.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별 7개 분야 지역안전지수'에 따르면 세종시는 자연재해, 범죄, 안전사고, 자살 4개 항목에서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반면 화재와 교통사고, 감염병 3개 항목에서 최저등급인 5등급을 받으면서 합산 순위가 낮아졌다.
하지만 세종시는 "자연재해, 범죄, 안전사고, 자살 등 4개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았다. 전국 17개 광역 자치단체 가운데 안전관리 수준이 가장 높다"며 취약점은 감추고 장점만 부각시켰다. 성숙하지 못한 신생도시답게 아마추어 행정과 홍보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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