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날마다 문화가 있는 날

며칠 전 영화 '곡성'을 봤다. 평소 영화 장르 중 액션 스릴러를 좋아하는 나는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는 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기괴하고도 음산한 분위기의 이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까웠다. 이렇게 종종 나는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다. 재미있는 영화는 킬링타임용으로 좋고, 의미 있는 영화는 집에 와서 곱씹어 보기도 한다.

좋아하는 음악도 있다. 탱고를 즐겨 듣는 편이다. 아르헨티나 작곡가 피아졸라의 'Oblivion'(망각)과 우리나라 피아노와 바이올린 듀오 그룹 '오리엔 탱고'의 '바이올린을 위한 탱고'를 좋아한다. 클래식 음악 마니아는 아니지만 낯선 장소에서 우연히 듣게 되거나 TV광고 배경 음악의 제목이 궁금하면 찾아보기도 하고, 한 번 들어보고 마음에 들면 하루 종일 반복 재생해 듣기도 한다. 기분에 따라 어떤 곡을 들으면 좋을지 검색도 해본다.

이와 같이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예술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미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정 TV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기도 하고, 심지어 길을 가다가 버스킹 연주를 보고 잠시 걸음을 멈추기도 하는 등 일련의 행동들이 모두 문화생활에 포함된다. 공연장이나 미술관 등을 가야만 문화생활을 누리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했다. 특별한 날을 정해 문화생활을 권장하도록 한 것이다. 이날은 전국의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등을 할인 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문화가 더 이상 사치가 아닌 생활로서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권임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기본권을 누리며 얻는 생활의 활력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먹고살기 바쁜데 문화생활 즐길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한다. 케이블 TV의 어느 한 경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청년은 나이트클럽에서 껌을 팔다가 무대에서 누군가 성악곡을 부르는 모습에 매료돼 틈틈이 마스터 클래스를 찾았단다. 그가 만약 음악에 대해 모른 채로 생계를 위한 활동만 했었다면, 성악가의 꿈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문화생활은 시간이 나면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즐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 월요일도 문화가 있는 날로 충분히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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