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절벽처럼 변환 포항 도구해수욕장

동해안 해수욕장 백사장 '실종'

경주 대본지구의 백사장이 사라지면서 파도가 육지 흙까지 쓸어가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주 대본지구의 백사장이 사라지면서 파도가 육지 흙까지 쓸어가고 있다. 경북도 제공
포항 도구해수욕장의 백사장 침식이 가속화 되면서 육지의 흙이 쓸려나가 일부는 절벽처럼 변했다. 경북도 제공
포항 도구해수욕장의 백사장 침식이 가속화 되면서 육지의 흙이 쓸려나가 일부는 절벽처럼 변했다. 경북도 제공

백사장 모래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또 모래 속엔 조개 등 수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어 환경적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 한 번 훼손된 모래는 복원사업을 해도 좀처럼 회복되기 어렵다.

◆심각하게 위협받는 해변 환경

울진 근남면 구산리~월송리 구간은 모래 유실로 남측 해안도로가 붕괴할 위기에 놓여 있는 등 침식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포항 구룡포해수욕장은 백사장 자갈화가 시작됐으며, 도구해수욕장도 파도 등에 의해 토양이 바다로 쓸려 들어가는 '토사포락'이 진행되고 있고, 이 탓에 이곳 군부대 시설물도 일부 파손됐다.

이번 조사를 토대로 해수욕장과 해안가가 안전한지를 등급으로 매기는 '침식등급'을 뽑아보자 경북 동해안 80% 이상이 위험구간이었다. 침식등급은 A(양호), B(보통), C(우려), D(심각) 등 모두 4등급으로 나뉜다.

A는 백사장이 잘 보존된 지역을 의미하며, B는 침식'퇴적 경향이 나타나긴 하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백사장이 유지되는 곳을 나타낸다. C는 침식으로 백사장과 그 인근지역에 붕괴 등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D는 붕괴 등의 사고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곳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2014년 도내 A등급을 유지한 백사장이 단 1곳, 영덕에 있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조사에서 B등급으로 내려갔다. 이로써 경북 동해안에는 B등급 8곳, C등급 27곳, D등급 6곳으로 침식 위험으로 분류되는 C'D 등급이 전체의 80.5%를 차지하게 됐다.

경북 동해안은 전국에서 침식위험 구간이 가장 많다. C'D등급이 차지하는 비율은 부산 36.4%, 전북 44.4%, 전남 48.4%, 인천'경기 50%, 경남 51.7%, 울산 80% 등 전국 평균은 59.6% 수준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경북 동해안의 해안 모래가 유실되고 있는 원인은 무분별한 개발 및 해양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각종 사업 인허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울진 후포 마리나 항만 개발사업 경우, 해안선에 퇴적된 모래가 대량 매립되면서 다시 모래가 육지 방향으로 올라오는 길을 가로막았다. 또 1991~2005년 영덕 장사 해수욕장에 설치된 방파제 영향으로 모래 침식이 급격하게 진행된 사실도 이번 연안 침식 조사에서 드러났다.

해안 구조물이 주변 해역의 특성'주변지역의 수심을 고려하지 않고 지어지면 주변 해안 침식을 유발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즉 항구나 방파제 등 인공구조물 설치가 해류를 변화시켜 모래가 이동해야 할 경로를 방해해 침식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관광 목적 등을 위해 해수욕장과 해안가에 들어선 친수공간도 모래 유실에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해안지역의 무분별한 개발사업에 대해 이제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또한 해안 주변 하천 흐름이 댐'보에 막히면서 모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진 것도 모래 유실의 원인이 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연구도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동대 안경모 교수는 "유원지 광장 조형물은 해안선 배후 부지 쪽으로 백사장에서 충분히 옮겨 설치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건축물 허가를 내 줄 때도 현행법만 검토할 것이 아니라 해양 환경에 미칠 영향까지 분석해 엄격한 잣대로 허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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