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로진학 상담실에서] 행복을 찾도록 도와주는 나침반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가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아이들도 그렇다. 자세히 보면 학생의 마음이 보인다. 힘들어하는 학생의 마음과 도와주고 싶은 교사의 마음이 함께할 때 조화로운 상담이 이루어진다. '선생님! 저 어떡하면 좋죠?' '꼴찌 할까 두려워 잠을 못 잤어요.' '쓸데없는 생각들이 많아 집중이 안 돼요!'라며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는 나를 기다리던 00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쏟아낸다. '00야! 너 지금까지 혹시 꼴찌 해 본 적 있니!' '중학교 때는 다른 학생들이 열심히 안 해서 성적이 잘 나왔는데 여기서는 다들 열심히 하니 불안해요!'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에 니가 꼴찌를 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부모님이 많이 실망하실 겁니다.' '내가 많이 우울해 지겠죠!' '선생님도 저를 못난 아이로 보실 겁니다.' '00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많이 의식 하는구나!' '부모님은 아마 00가 시험을 잘 못 봤다는 사실보다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니 모습에 더 힘들어하실걸~~' '00는 언제까지 살 것 같니?' '부모님은 언제까지 사실 것 같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네가 30년 이상은 더 살겠네!' '그땐 실망하실 부모님도 안 계시니 누구에게 인정받으려 힘들어할까!' 자! 이제 멈추자!! 불안한 생각이 들면 손으로 코를 누른다. 그리고 "스탑, 생각 그만"이라고 속으로 외치고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 쉬면서 하나, 둘, 셋~~~~ 열을 헤아린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다시 공부에 집중하자. 그러다 또 생각이 일어나면 코를 누르고 하나, 둘, 셋~~~~ (오케이). 일어나는 생각을 멈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란다. 그러한 생각들에 끌려다니면서 현재를 잃어버리니 행복과는 거리가 먼 불안한 삶을 네가 선택해서 살아가는 것이란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서 00가 다시 찾아왔다. 봄바람에 나부끼는 청보리와 같은 싱그러운 모습으로 환히 웃으며 쫑알쫑알 지저귄다. 날이 갈수록 코를 누르는 횟수가 줄어들고 시험도 잘 보았다고 한다.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성공에 목숨 거는 어린 마음을 깨우쳐주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데 있을 것이다. 진로전담교사는 한 아이의 일생을 디자인해 줄 수 있는 상담전문가이다. 연륜이 있는 우리 진로전담교사들에게 이런 바람을 염원해 본다. 상대적인 비교로 등급 매기는 일에 목을 매는 현실교육의 모순을 타파하고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는 수레바퀴를 굴릴 수 있는 바퀴살들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스승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아이들과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 길을 걸으니 이런저런 상념들이 스쳐간다. 청소년들의 행복 역량은 무엇으로 길러질까? 미래 교육의 화두는 '인성'이다. 개인의 행복을 넘어 내 이웃이 행복해야 우리가 평화로울 수 있다는 작은 깨우침을 주는 일에 교육 에너지가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진로전담교사는 우리 청소년들이 성공을 넘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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