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우리 안동이 지닌 문화적 특징을 이야기할 때 잘 비유되는 말이다. 안동은 민속'불교'유교 문화로 이어지는 문화의 다양성과 대(代)를 이어가며 전승하고 있는 다양한 생활문화가 오늘까지 오롯이 전하고 있어 유네스코는 '살아 있는 유산'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세계유산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안동문화의 다양성과 그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서 활용하지 못한다면, 안동이 지닌 가치는 과거의 유물로 남아 박제(剝製)되어버린 전통문화도시에 머물고 말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인식은 안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혹자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말하며 지난 수세기 동안 한국인의 정신을 지배해 온 유교 문화의 허위와 위선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하지만, 앞날이 불투명한 작금의 시대에 공자와 같은 현인(賢人)의 가르침이 없다면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물질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내면적 삶의 질이 저하되고, 개인주의가 만연해지면서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代案)으로 학자들은 인문정신과 뿌리 깊은 우리의 마을문화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정신문화를 올곧게 이어가고 있는 안동을 주목하고 있다.
안동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지역학(地域學)으로 인정받는 '안동학'(安東學)의 학문적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곳이다.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지적인 엄숙성과 전통의 힘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안동문화를 지탱하고 있는 힘은 47개에 달하는 동성(同姓) 마을과 88개의 종가(宗家)를 중심으로 한 문중문화(門中文化), 2개의 향교와 63개의 서원을 중심으로 이끌어 온 유림문화(儒林文化)이다.
선비는 한 사회의 양심이자 지성이며 인격의 기준이다. 그들은 엄격한 자기희생과 절제된 행동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책임을 감당하여 왔으며, 대의를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우리는 선비들이 지향했던 사람이 중심되는 유교적 가치관이 21세기 혼탁한 사회를 바로 세우는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에 안동시에서는 자본주의의 세계화에 따른 불평등 심화와 인간성 상실에 대한 대응으로서 21세기 사회에 적합한 유교적 인문가치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지난 2014년부터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제3회 인문가치포럼을 마련한다. 올해 포럼은 안동 사람들이 목숨처럼 지켜 온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사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동아시아 문화공동체 형성의 균형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포럼이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는 유교적 인본주의에 있다. 사람이 주인되는 세상, 전 세계 인류가 함께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데 있다.
최근 공자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는 중국 제남시에서 안동을 알리기 위한 '안동관'(安東館) 설립을 제안해왔다. 2014년 안동시는 제남시와 우호협력 관계를 맺고 유교 문화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조명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양 도시는 유학이라는 문화적 동질성으로 문화공동체를 구현하는 구심점이 되기를 희망하고, 21세기 인문가치의 생활화, 산업화, 세계화를 견인할 선도적 실천의 문화기지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구슬'을 '보배'로 만들기 위함이며, 21세기 인문가치로 지구촌을 건강하게 지켜낼 유학의 실천적 책임을 계승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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