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염색산단 악취 때문에…저녁엔 창문도 못 열어요"

"미세먼지·화학물질은 없을까"…접수 민원만 월 평균 250여 건

대구 서구 비산동 주택가에 사는 허모(50) 씨는 밤마다 지독해지는 악취 탓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곳에 이사온 지 벌써 3년째. 매일 자정 즈음이 되면 진동하는 매캐한 연기와 냄새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일도 잦다. 서구청에 수차례 민원도 넣었지만 고작 며칠뿐이었다. 최근 미세먼지와 화학물질에 대한 경고가 빗발치면서 허 씨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허 씨는 "공장에서 나오는 역겨운 냄새가 건강에 어떤 해를 끼치는지 알 수 없어 더욱 공포스럽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미세먼지와 위해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확대되면서 수십 년째 악취와 매연에 시달리고 있는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악취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은 비산7동과 평리6동 등 염색산단과 인접한 동네들이다. 이곳에는 1만여 가구, 2만1천여 명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1980년 조성된 염색산단에는 130여 개 업체가 가동 중이다.

주민들은 "흐리고 바람이 불지 않는 저녁 시간이면 악취가 더욱 심해져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라고 호소한다. 특히 일부 업체는 자정이 지난 시간에도 공장을 가동해 악취를 부추기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구청에 접수되는 민원만 월평균 250여 건에 이른다.

이에 따라 서구청은 7억3천만원을 들여 염색단지 주변 18곳에 악취 물질별로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 오는 10월부터 실시간 감시할 계획이다. 특정 물질의 농도가 높아지면 해당 물질 배출업체를 찾아내 즉각적인 조치를 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이 근본적인 악취 저감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악취 물질 농도와 배출 업체는 찾더라도 허용 기준이 느슨하거나 제재 수위가 약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악취방지법상 악취 허용 기준을 초과하면 조업 정지나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배출 기준이 느슨해 효과가 없다는 것. 또 가동 허용 시간 외에 공장을 돌리다가 적발되더라도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에 그친다.

악취 모니터단으로 활동 중인 최모(56) 씨는 "범칙금 처분을 받았다고 공장주가 가동을 멈추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오염물질 배출만 음성화시킬 뿐"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 4월에도 악취물질을 심하게 배출한 업체 19곳을 고발했다. 업체들과 자율협약을 통해 악취와 매연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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