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해바라기센터(이하 해바라기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원 A씨는 병원 응급실에서 마주했던 B씨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B씨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후 몇 주 동안 자신을 방치하다 어렵게 용기를 내어 해바라기센터를 찾았고, 가까스로 악몽에서 벗어나던 중이었다.
그러나 B씨는 경찰서에서 성폭력 가해자와 마주 본 충격을 견디지 못했고, 극단적인 시도를 했다. A씨는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B씨의 손을 잡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B씨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A씨의 바로 그 미소였다. B씨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나를 향해 미소를 거두지 않은 A씨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아름답게 사회에 복귀하고 싶었다"고 했다.
여성을 겨냥한 각종 폭력과 성매매 피해자들을 보듬어온 대구해바라기센터가 지난 1일 열 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동안 해바라기센터를 통해 도움을 요청한 여성은 1만713명에 이른다. 성폭력 피해 여성이 7천220명(67.4%)으로 가장 많고, 가정폭력 2천691명(25.1%), 성매매 115명(1.1%), 학교폭력 73명(0.7%) 등이었다.
해바라기센터에 들어서면 안내데스크나 응접실 대신 칸칸이 나눠진 대기실을 마주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한 배려다. 어떤 사정으로 왔는지 모르게 하고,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바라기센터의 가장 큰 강점은 전문화된 피해자 지원 서비스다. 이곳에는 전문상담원과 경찰관, 간호사 등 19명이 상주하며 변호사와 진술조력인, 속기사 등 외부 전문가들도 도움을 주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여성이 있으면 직원과 외부전문가들이 부리나케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 중심에는 10년 동안 해바라기센터를 묵묵히 지킨 상담원 3명과 유관기관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자리 잡고 있다.
곽미경 대구해바라기센터 부소장은 "오래 일하다 보니 다들 '의심병'과 '걱정 병'에 걸렸다"며 빙긋이 웃었다. 1만 명이 넘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보듬으며 입은 마음의 상처 때문이다. 곽 부소장은 "딸들이 실수로 현관문을 열어 뒀을 때도 조심성이 없다고 화를 낸 적도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해바라기센터는 마음이 바닥난 센터 종사자들을 위해 매년 한 번씩 힐링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곽 부소장은 "대구에 해바라기센터가 하나 더 생겨야 한다"며 "해바라기센터가 필요없는 세상이 올 때까지 피해 여성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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