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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현상 생겨도 수돗물은 걱정마세요

독소 배출하는 물속의 미생물, 대규모 발생하면 물이 녹색으로

지난해 12월 예년보다 높은 기온과 지속된 가뭄 탓에 겨울임에도 대구 동구 연경동 동화천 상류에 녹조 현상이 나타났다. 매일신문 DB
지난해 12월 예년보다 높은 기온과 지속된 가뭄 탓에 겨울임에도 대구 동구 연경동 동화천 상류에 녹조 현상이 나타났다. 매일신문 DB

"녹조요? 그거 강이 오염되면 생기는 거 아닌가요?"

지난달 17일 낙동강 달성보 하류에 있는 도동서원 앞 도동나루터에서부터 고령군 우곡면 우곡교 상류 사이에서 녹조가 시작됐다. 올해는 지난해 처음 녹조가 관측된 6월 8일보다 20여 일이나 일찍 나타났다. 녹조는 4대 강 사업 이후 5년째 매해 늦봄에서 초여름이면 언론을 통해 접하는 단골손님이다. 그런데 이처럼 자주 접하는 만큼 뭔가 알 듯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이 녹조다. 그렇다면 녹조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녹조는 정식 명칭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녹조'라는 말은 올바른 명칭이 아니다. 이 말은 1996년 들어 우리나라 언론 등을 통해 처음 사용됐다. 연안 해수가 붉게 변하는 적조 현상과 비교해 붙여졌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대구경북본부 수질관리팀 관계자는 "녹조는 물속에 사는 조류, 즉 식물성 플랑크톤이 큰 규모로 발생해 물 색깔이 심하게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원인 조류 대부분이 남조류인 탓에 녹조가 학문적으로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라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류는 일반적으로 광합성을 하는 엽록소의 종류와 외부형태, 세포 구성물질에 따라 분류한다. 이 중에서 녹조 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는 간장독, 신경독 등 독성물질을 배출할 가능성이 있는 조류다. 또 풀 냄새나 곰팡내를 풍기기도 한다.

초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발생하며, 엽록소의 영향으로 물빛이 녹색을 띠게 한다. 남조류 중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티스, 아나베나, 오실라토리아, 아파니조메논 등이 녹조 현상 원인 미생물이다.

◆녹조가 독을 뿜는다고?

녹조 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는 미량의 냄새물질과 독소를 배출한다. 특히 대량 발생 때 물속으로 햇빛 차단, 용존산소 감소, 독소에 의한 어류 폐사 등 생태학적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 이런 영향이 장기적으로 지속하지는 않는다.

사실 일부 남조류가 배출하는 냄새발생 물질은 인체에 해가 없으나 불쾌감을 유발한다. 또 남조류 중 아나베나는 신경독소를, 마이크로시스티스는 간독소를 배출한다. 그런데 이를 항상 배출하는 것은 아니다. 평상시 독소는 세포 내에만 있다. 노화 또는 세포 분해, 포식자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서식 환경이 나빠질 때 이를 내뿜는다.

K-water 대구경북본부 수질관리팀 관계자는 "녹조 현상이 생긴 물을 정수하지 않고 대량 음용한다면 인체에 해를 입힐 가능성은 있다. 이 물이 피부에 닿으면 체질에 따라 알레르기성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면서도 "고도정수처리를 통한 녹조 독소 제거율이 99.7~99.9%이고, 냄새물질은 100% 없앨 수 있어 수돗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녹조 현상,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녹조는 영양물질(총인) 유입과 하천 체류시간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조류 발생을 줄이는 게 근본 대책이다.

먼저 유기물과 영양염류 유입을 막아야 한다. 가정에서 내보내는 생활하수 중 세제 성분에 의한 인 유입이 하천에 흘러들어오는 전체 인의 60%에 이른다. 그런 만큼 호수나 하천으로 유입되는 생활하수와 오'폐수 정화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상수원으로 쓰이는 상수원수 주변 축산시설, 공장, 위락시설 등 오염물질 배출업소에서 미처리된 오염물 배출 방지에도 신경 써야 한다.

또 효과적인 녹조 관리를 위해 지자체와 각 부처의 공동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국무조정실과 환경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참여하는 녹조대응 TF(태스크포스)를 구축하고, 4대 강 유역환경청과 국토관리청, 광역지자체, K-water 등으로 구성된 수질관리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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