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개헌론'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13일 개원사에서 "개헌은 결코 가볍게 꺼낼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도 아니다"며 개헌론에 불을 댕겼다. 한반도선진화재단 등 6개 사회단체의 연합체인 '국가전략포럼'도 이날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고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19대 국회 때 만들어진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 인사들이 세미나를 열고 20대 국회에서도 개헌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런 주장과 논의의 공통적 기반은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변화한 국가 및 정치 환경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게 됐다는 인식이다. 이는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 마치 현행 헌법에 있는 것처럼 몰아간다는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헌법은 국가 운영시스템의 대강(大綱)을 규정한 상부구조일 뿐이다. 헌법은 국가 모든 분야의 운영을 세세히 규율하고 방향을 정하는 구체적인 규칙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안은 모든 문제의 주범으로 헌법을 지목하는 것은 잘못이다. 예를 들어 개헌론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고치거나 대통령제를 '이원집정부제'로 바꾸면 모든 문제가 술술 풀리나?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물음이다.
게다가 개헌의 방향과 시기, 주체도 정파(政派)마다 제각각이다. 권력 구조 개편만 해도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를 가미한 분권형 대통령제 등 세계 각국이 운영하고 있는 모든 제도가 거론된다. 이런 백가쟁명의 소음 앞에서 국민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과연 개헌이 필요한가부터가 문제다. 정치권은 그렇다고 하지만 국민이 얼마나 수긍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지금 중요한 것은 개헌 논의가 아니다. 개헌론은 박 대통령의 걱정대로 모든 국가적 국민적 사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 뻔하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개헌보다 더 시급한 경제'사회적 난제가 산적해 있지 않은가? 개헌 논의는 이런 과제들이 해결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