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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의 시와함께] 시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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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1939~ )

시를 쓰련다는 야심은

그것만으로

시를 죽이기에 충분하다는

앙리 미쇼의 말씀!

시여

굶어 죽지도 않는구나.

시가 되려거든 타인의 폐허를 함부로 소유해서는 안 된다. 시가 되려거든 자신의 폐허를 세상으로 먼저 내놓아야 한다. 세상의 곁으로 가서, 폐허가 새로운 지상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 다리 없는 새가 폐허 위에 내려앉아 시가 된다. 땅속을 날고 있는 새가 지상의 새로운 언어를 만나 시가 되려 한다. 우리가 입을 벌릴 때 어두운 입속에서 유령은 눈을 뜬다. 우리는 그 유령의 눈을 시라고 부를 수 있도록 음악을 듣고, 세계의 리듬을 익히고, 가장 낮은 자리에 가서 삶의 상투적인 순간과 싸우고 있다. 가장 늦게 잠들고 가장 일찍 일어서는 언어는 시가 된다. 그 시의 곁을 지키고 있는 유령들은 우리들의 가장 늦은 언어가 될지 모른다. 당신의 폐허가 될지 모른다. 당신의 폐허로부터 태어나는 밑 구덩이 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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