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신공항과 '매일신문'·'부산일보'의 이름값

계명대(학사)·경북대(석사)·계명대 대학원(언론학 박사) 졸업
계명대(학사)·경북대(석사)·계명대 대학원(언론학 박사) 졸업

"가덕도는 부산 땅이라 당연히 (유치에) 사활을 건다. 하지만 밀양에 대해 경남도 아닌 대구가 부산처럼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것을 어찌 이해해야 하나." 대구의 한 언론사에서 일하다 지금은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간 전직 기자가 던진 말이다. 이는 신공항 유치를 둘러싸고 벌이는 혈투가 이미 합리성을 잃은 지역 정서 문제로 변질됐음을 보여준다. 어쩌다 신공항 건설이 영남권 전체의 선물이 되지 못하고 되레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된 것일까.

으레 개발공약이 그렇듯 영남권 신공항도 선거공약으로 구체화 되었다. 출발부터 경제적 논리 뒤에 정치적 논리가 숨어 있었던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뒤 2007년에는 한나라당의 대선공약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2011년 이명박정부는 밀양과 가덕도 두 곳 다 공항 부지로 부적합하고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했다. 그러다 2012년 새누리당의 대선공약으로 다시 살아났고, 곧 신공항 예정지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신공항 입지 결정이 임박하자 밀양과 가덕도를 지지하는 지역이 각기 양편으로 나뉘어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 좁히면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경북과 가덕도를 점찍은 부산의 한 치 양보 없는 대결이다.

여기에다 정치인들까지 끼어들어 '유치하면 내 덕, 실패하면 네 탓'식의 군불때기가 한창이다. 심지어 부산시장은 시장직을 걸었는가 하면 영남권 전체의 이익이나 통합보다는 지역 정서에 기대 갈등조장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정치인이 한둘 아니다. 백번 양보해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이야 그렇다 치자. 정치인의 이런 행태를 비판하고 균형적인 보도를 해야 할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예컨대 두 지역의 주요 일간지인 대구의 매일신문과 부산일보의 1면 머리기사는 6월 들어 거의 신공항 뉴스다. 서울의 언론사들마저 밀양이나 가덕도로 나뉘었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니 말해 무엇하랴. 게다가 지역 언론이 주민 갈등을 부추긴다고 서울의 시각을 여과 없이 내보내기도 한다. 매일신문이 잘잘못을 따지며 이를 반박하는 사설을 낼 정도다.

지난 6월 2일 자 부산지역 시민단체와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간담회 기사를 보면 두 지역의 엇갈린 시선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같은 날 똑같이 보도된 기사지만 매일신문은 "신공항 밀담…여 원내대표의 부적절한 처신"을, 부산일보는 "성난 신공항 민심에 국회도 깜깜이 용역 안 돼"라는 전혀 다른 의미의 제목을 달았다. 이런 식의 기사와 논평이 적지 않다.

"영남권 신공항 유치를 두고 대구경북, 경남, 울산과 부산지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일 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과 국회에서 면담을 한 데 대해 정치권은 물론 대구경북, 경남, 울산 등 4개 자치단체에서 '부적절한 면담'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매일신문) "이날 새누리당 간담회에는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경태 의원, 부산시당 직무대행인 김세연 의원,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하태경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항상 국민들의 말씀에 귀기울여 왔다"면서 "(신공항 문제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말했다."(부산일보)

뉴스를 스토리란 관점에서 보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것은 틀리지 않다. 좋은 뉴스보다는 갈등이나 폭력 등에 초점을 맞춘 나쁜 뉴스가 주목받는다는 이야기와도 맥을 잇는다. 신공항 예정지 발표 뒤에는 어떨까. 신공항 유치에 성공한다고 일상이 바뀌지 않듯 실패한들 지역이 결딴나는 게 아니다. 뜨거운 가슴은 시민들에게 맡기고 차가운 머리로 좋은 뉴스를 만들 때다. 그래야 매일신문과 부산일보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겠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