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김정환(가명'45) 씨는 지난 4월 증권회사에서 1천만원을 대출받았다. 주식 투자를 위해서였다. 2년 전 가입한 연 3%대의 정기예금 금리가 올해 1%대로 떨어진 뒤 고심 끝에 결심한 것이다. 김 씨는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금을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쉽고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어 급한 마음에 높은 금리임에도 대출을 해 정치 테마주에 투자했다"고 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투자 석 달 만에 2%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대출이자를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고 말았다. 초보 투자인데다 거래 실적이 나빠 10%의 높은 금리를 주고 대출을 했는데, 매달 내야 할 이자만 8만3천원에 달해 5만원가량 손해를 본 셈이다.
빚을 내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평균 10%가 넘는 대출 이자 탓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17일 기준)가 7조3천41억원을 기록했다. 신용융자 잔고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이는 연초(1월 4일 기준) 6조5천351억원에 비해 11.17%(7천690억원)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특히 연초 이후 정치'신공항 테마 등 코스닥 시장으로 신용융자자금이 몰리면서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이 유가증권시장 잔액을 7천억원 넘게 추월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가 각각 3조3천18억원과 4조22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시장의 잔고가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 31일(4조142억원) 이후 11개월 만이다.
그러나 금리가 내렸음에도 증권사의 대출이자는 내리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는 지난해 3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1.75%)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한 차례 내렸지만 같은 해 6월 금리 인하(1.50%) 때와 지난 9일 금리 인하(1.25%) 후에는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 등도 지난해 초 대출금리를 인하한 뒤 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다. 이들 증권사가 지난 9일 기준금리가 내려간 뒤 하루 만에 발 빠르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의 수신금리를 0.25%포인트(p) 내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메리츠증권 심대섭 전문투자상담역은 "코스닥 시장의 신용대출이 코스피에 비해 많다는 것은 시장 과열 경고이기도 한 만큼 돈을 빌려 하는 주식투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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