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으로 호국평화기념관에 간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가기 싫어 망설였다. 재미도 없을 테고, 따분할 것도 같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에도 TV나 영화 등 학교에서 개최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전쟁기념관에도 가 봤지만 재미없고 지루하여 밖에서 기다렸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그랬던 것이 지금이라고 해서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무런 기대도 들지 않고 가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함께 가자고 설득도 하시고 친구들이 많이 가서 못 이기는 척하고 따라가기로 했다.
하지만, 체험학습 가는 버스에 타고는 기분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선생님께서 재미있는 퀴즈를 내어주시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50여 분간 버스를 달려 드디어 기념관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신기한 기운이 감돌았다. 건물 바닥에서부터 기념관 건물 꼭대기까지 태극기가 휘날리는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단체사진을 찍고 나서 기념관에 들어가는 순간 마음이 짠해졌다. 총 자국이 있는 군모를 보았기 때문이다. '저 군모를 쓴 사람은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모 밑에 제목이 있었는데 '구멍 난 철모'였다. 그 제목을 보고 '우리나라를 위해 열심히 싸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호국기념관에서 전쟁 당시 입었던 옷과 무기들을 볼 수 있었다. 55일간의 낙동강 방어 전투 당시의 영상을 보고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조금이라도 힘들면 포기하는데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도 힘들면 바로 포기하는데 군인들과 학생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싸우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죽을 수도 있고 위험한 일인데도 나라를 위해, 오직 조국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고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고 마음이 울컥했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쓴 편지를 보았을 때 '그때 그 소년은 얼마나 집에 가고 싶었을까?' '어머니를 얼마나 그리워했을까?'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쏟아지는 현장에서, 전우가 죽어가는 현장에서 얼마나 두려워했을까?'를 짐작할 수 있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였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그 편지를 읽으니 그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눈물로 쓴 편지 같았다.
그다음엔 전승의 마당으로 갔다. 안개 때문에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으나, 목숨을 던져가며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낸 장병들의 뜨거운 모습들이 마음으로 전해졌다. 나도 한국 사람인가 보다. 내가 머리로는 계속 '재미없다' '따분하다' '이걸 왜 보고 있어야 되지'라고 생각하고 있어도 내 마음 한구석은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라며 속삭이고 있었다.
전승의 마당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고 뜻깊은 사연이 있어 보였다.
다음엔 전투체험관을 둘러봤다. 그곳에 들어서기 전 한국 군인과 북한 군인이 총을 겨누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오디오가 나오길래 들어보니 북한 군인은 어린아이인데 그 어린 것한테 도망가지 못하게 발에 족쇄를 채워놓고 총을 쏘게 하고는 모두 도망을 가 버렸다고 한다. 북한군들이 참으로 잔인해 보였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자기들이 지키고 아이를 먼저 도망가게 하기는커녕 아이에게 지키게 하고는 도망가지 못하게 족쇄까지 채우고 자기들은 도망을 가 버리는 차마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을 저지른 것이다. 한국 군인이 그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그 장면을 본 후 뭐라고 생각했을까. 같은 동지들끼리도 죽이는데 한국 군인들은 얼마나 더 잔인하게 죽였을까 상상이 되었고 화가 났다.
전투체험관에서는 군복도 입어 보고, 탱크도 타 보고, 총도 쏴 보고, 군모도 써 봤다. 그런데 군모를 썼을 때 너무 무거워 머리 들기도 버거웠다. 나는 다시 한 번 군인들에게 존경심이 생겼다. 어떻게 이 무거운 것을 쓰고 뛰어다녔을까? 총도 무거웠을 텐데, 이 무거운 것을 메고 어떻게 싸웠을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4D 영상관으로 갔다. 그곳에서 4D 영상을 보는 동안 의자도 흔들거리고 영상과 어울리게 앞에서 바람이 나오기도 하고, 물이 나오기도 해서 정신이 없었는데 북한군과 싸우는 한국군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우리나라를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싸워서 이기고 태극기를 휘날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감동을 받았다.
나는 전쟁이 이렇게 무섭고 잔인한 건지 몰랐었다. 전쟁 한 번에 사람들이 몇백 명, 아니 수천 명이 죽을 수도 있다. 자기들 영역을 넓히려고 하는 욕심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넒은 영토에 사람들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냥 자기들 영역에서 행복하게 살고 다른 나라에서 필요한 물건들이 있다면 교류를 하면 되지 꼭 이렇게까지 죽이고 피를 보고 얻는 땅이 진정한 자기들의 땅일까. 영토가 넓으면 행복은 하겠지만 영토를 넓히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끔찍하지 않을까, 후회하지 않을까? 자신의 동료들이 죽고 잘못하다가는 가족들과 이웃들이 죽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없는데 넓은 땅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과연 필요할까?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커서 이런 데를 오니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에서 탱크에 깔려 죽거나 총 맞아서 죽고 이런 장면을 볼 때 나는 '그냥 집에 있지 왜 전쟁 통에 나가서 죽고 눈물 흘리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여기서 설명을 듣고 직접 눈으로 보며 체험을 하니 왜 그렇게까지 힘들게 싸웠는지, 왜 죽기 전 끝까지 총을 놓지 않았는지,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죽으면 조국을 원망할 수 있는데 왜 끝까지 태극기를 품에 안고 죽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전쟁은 참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 다시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도 전부 조국을 위해 싸워준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만약 끝까지 싸워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분들이 너무 존경스러웠고 어릴 때의 내가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그렇게 눈물겨운 장면을 보고 왜 재미없다, 따분하다, 징그럽다고 생각했을까? 그 사람들을 위해서 해준 일도 없는데 응원은 못해줄망정 비난을 했다니, 그 사람들이 하늘에서 이런 나를 보고 얼마나 원망했을까?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 사람들이 만든 조국에서 나는 힘들어도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그 어린애들도 무섭고 두려웠을 텐데도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 통에 나가서 끝까지 싸웠는데…….
나는 총알이 날아다니는 곳도 아니고, 험악한 곳도 아니고, 피를 보는 곳도 아닌데 그냥 힘든 거뿐인데 포기하면 너무 창피할 것 같다. 앞으로 나도 멀리서라도 애국심을 가지고 조국을 위해 응원도 하고 전쟁이 나지 않기를 기도해야겠다. 그리고 6'25전쟁은 평생토록 잊지 않고, 뜨거웠던 그 55일간의 전투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6월 25일에는 그것에 대하여 동영상도 보고 관련 검색도 해보며 그분들의 열정과 애국심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돌아가신 분들과 우리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을 것 같다. 진정한 땅을 가지고 싶으면 전쟁보다는 위험한 길을 택하지 말고 평화로운 길을 찾아보면 좋겠다. 오늘날은 전쟁이 답은 아닌 것 같다. 다른 방법도 많이 있을 테니까. 두 번 다시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전쟁이 일어나면 그동안 이뤄놓은 모든 것을 한순간에 다 잃을 수도 있으니까. 다시 한 번 목숨 바쳐 조국을 지켜낸 그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라를 지키는 국군 장병 아저씨들, 감사합니다.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이 러브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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