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대구 수성갑)이 23일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새누리당에서 잠재적 대권 주자로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대구 출신 여야 대권 후보가 경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 발표문에서 "8월 27일 전당대회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의 대권 출마 선언이다. 더민주 현행 당헌'당규에 따라 당대표가 대통령 후보에 나가려면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 만약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당선되면 대권을 자동으로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발표문에서 대권 도전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정권 교체'를 강조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정권 교체"라면서 "지금부터 그 역할을 진지하게 숙고하겠다"고 했다.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데는 신공항 백지화 결론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밀양 신공항 유치가 무산되면서 대구가 초상집 분위기인데 '당 축제'인 전당대회에 나선다고 발표하는 것이 시기상 좋지 않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대권 도전 가능성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꾸준히 거론됐다.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 62.3%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 지역주의를 깼고, 당선 시점에 이미 대권 후보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굳이 당 대표에 도전할 이유가 있느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 의원의 20대 총선 공약에는 이미 '큰 그림'이 들어가 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 청년 일자리 지원 방안, 5060 베이비부머를 위한 지원 대책이 핵심이다. 이는 김 의원이 입장 발표문에서 지적한 우리 사회의 문제와 일맥상통한다. 신공항 건설은 수도권과 지방, 청년 일자리와 '50대 아버지' 지원 대책은 자본과 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와 세대 간 갈등을 아우르는 해결책이다.
김 의원 앞에는 숙제가 놓여 있다. '대구의 아들딸을 위해 일하겠다'는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던 김 의원을 '우리 의원'이라고 생각하며 섭섭해하는 지지층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것이다. 일부 지지자들은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고 해놓고 갑자기 웬 대통령이냐"며 섭섭해하고 있다. 반면 "우리가 동네 국회의원 하라고 뽑아준 게 아니라 대통령 하라고 밀어준 것"이라며 그의 선택을 적극 지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김 의원은 대구가 만들어낸 야권의 새로운 대안이고 저쪽(새누리당) 대권 후보로는 유승민 의원이 거론된다. 대권 도전과 관련, 수성구민의 동의를 어떻게 받을지 방법적인 것은 김 의원이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대구의 이익이 곧 대한민국의 이익이라고 이끄는 모습을 보인다면 지지층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원이 발표문에서 "스스로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때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진지하게 말씀 올리겠다"고 한 만큼 시기를 고심한 뒤 공식 입장을 내놓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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