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현상 유지 vs 현상 타파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 간 핵무기 경쟁은 1972년 탄도미사일방어(Anti-Ballistic Missile' ABM)조약이란 기괴한 합의를 낳았다. 이 조약은 상대방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시설 구축을 금지하는 것으로, 아무리 효과적인 방어시설을 만들어도 적국의 핵미사일 공격을 완벽히 방어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적국이 발사한 100발의 미사일 중 99발을 요격할 수 있다 해도 1발을 놓치면 그것으로 끝장이기 때문이다. 당시 방어체계는 미국과 소련 모두 이런 1%의 가능성까지 막을 수 있을 만큼 정밀하지 않았다.

그 사상적 기반은 미국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채택한 '상호확실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 전략이다. 적이 핵 공격을 가해도 남아있는 핵전력으로 적을 초토화한다는 보복 전략으로, 핵 공격의 목표를 군사시설에만 국한했던 냉전 초기의 전략에서 벗어나 가능한 최대의 사상자가 날 수 있도록 적국의 도시까지 목표로 잡았다. 핵전쟁에서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핵전쟁을 방지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구축된 'ABM 체제'는 이후 미'소가 공동으로 추구한 '데탕트'로 이어졌다. 문제는 데탕트가 동서 긴장 완화를 낳았지만 냉전을 영속화하는 강력한 '현상 유지' 기제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 종지부를 찍은 인물이 레이건 대통령이다.

그는 데탕트가 냉전을 영속시켰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데탕트를 소멸시켜야만 냉전이 종식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고의 전환에서 나온 것이 ABM이 금지한 핵 방어체계를 개발'구축하는 1983년 '전략방위구상'(SDI)이다. 물론 이 구상이 계획대로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냉전의 '현상 유지'를 깨는 데 큰 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중국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뻔하다. 남한에 대한 북한의 핵 우위라는 '현상 유지'의 변화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중국이 남한과 미국의 견제를 위해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의 이런 현상 유지 전략을 수용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국제 관계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제일 바람직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거냐 저거냐 선택해야 할 때는 반드시 온다. 사드 배치는 그런 상황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다. 중국이 나설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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