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CT 날개 단 대구 의료계, 환자 맞춤형 서비스 '활짝'

대구 의료서비스가 'ICT'(정보기술통신)를 날개 삼아 한 단계 도약하고 있다. ICT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통해 시민들이 보다 가깝고 편리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는 것.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환자 및 의료기관 정보 네트워크를 활용해 응급실 대기 시간이 줄고, 중증 질환 환자들이 빠르고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대구시는 모바일 앱과 빅데이터 등 발전하는 ICT 기술을 활용해 구'군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보건의료정책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건강 관련 정보에 생활 습관까지 통합해 시민 건강을 관리하는 정밀의료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숨통 틔는 대형병원 응급실

북새통이던 대구시내 대형병원 응급실의 진료 환경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5개 대형병원에 집중됐던 응급환자들이 각 질환별로 특화된 중소병원 44곳으로 분산되고 있는 것. 대구시가 지난 2012년 도입한 '응급의료 네트워크 구축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는 덕분이다. 이 사업은 대형병원에서 초기 진료와 중증도 판별, 안정화 등이 이뤄진 응급환자를 지속적인 입원 치료가 가능한 협력병원으로 옮기는 게 핵심이다.

이 네트워크의 바탕에는 대구시 응급의료협력추진단이 운영하는 '세이프넷'(www.dgsafenet.co.kr)이 자리 잡고 있다. 세이프넷은 환자의 진료 정보를 상호 공유하기 위한 통합진료정보망으로 개별 병원의 전자의무기록 이외에도 병원 위치와 응급실 병상 수, 입원 병상 수, 중환자실 운영 여부, 가동 가능한 자원 및 의료진들의 정보 등을 조회할 수 있다. 각종 진료 기록을 대학병원과 협력병원이 공유하기 때문에 중복 검사를 막고, 치료가 끝날 때까지 추적 조사가 가능하다. 성과도 적지 않다. 우선 복잡했던 응급실이 한결 한산해졌다. 응급의료협력추진단에 따르면 사업 시행 3차연도(2014년 9월~2015년 8월)의 침상당 환자 용적(PPB'Person Per Bed)은 0.96으로 사업 시행 이전 수치인 1.06보다 0.1이 낮아졌다. PPB 1.0은 365일 24시간 동안 환자 1명이 응급실 병상 1개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1을 넘으면 병상이 없어 응급환자가 복도나 바닥에 머물러야 한다. 응급실 환자 가운데 6시간 이상 응급실에 머무는 비율도 사업시행 이전 33.3%에서 지난해 29.8%로 떨어졌다.

◆중증 응급환자 신속한 치료 가능해져

지난 5월 전국에서 두 번째로 시작된 '응급환자 이송병원 안내서비스'도 ICT에 기반을 둔 의료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중증 응급환자가 찾아간 병원에서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중환자실이 부족한 경우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응급의료상황실이 의료진을 대신해 이송할 병원을 섭외, 안내해준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이달 25일까지 지역에서는 89건의 전원(傳院) 의뢰가 접수돼 70건(79%)이 성공했다. 이 중 30분 이내에 옮길 병원을 찾은 경우가 52건으로 74%를 차지했다. 길게는 3시간씩 걸리던 중증 응급환자 이송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 서비스의 토대는 중앙응급의료센터와 전국의 응급의료기관 416곳 간에 연결된 정보망이다. 각 응급의료기관의 병상 정보와 치료 불가능한 중증 응급질환 정보가 3~5분 간격으로 정보네트워크에 올라온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중증 응급환자의 이송이 가능한 병원 리스트를 정하고, 각 병원에 이송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옮겨 생존율이 높아지고, 의료진은 다른 응급환자를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앱 활용해 이용자 의견 수용

병원을 찾는 환자나 보호자들은 의료서비스에 불만이 있어도 호소할 방법이 마땅치않다.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이용자 간의 정보 격차가 너무나 큰 탓이다. 이 때문에 의료진의 고압적인 태도를 참고 넘기거나 불필요하게 의료비를 지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구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 의료서비스의 이용 만족도는 2012년 91.7%에서 2014년에는 89.5%로 하락했다. 연간 40만 명에 이르는 대구시민들이 수도권의 대형병원을 찾게 된 이유다.

대구시는 지역 환자의 수도권 유출을 막기 위한 해법을 'ICT'에서 찾았다. 오는 2020년까지 대구 의료서비스에 대한 민원이나 시민 의견을 접수할 '의료서비스 옴부즈맨'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모바일 앱과 QR코드 등을 활용해 이용자가 빠르고 편리하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메디시티 대구 앱을 개발, 보급하고 의료기관 곳곳에는 QR코드를 게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옴부즈맨을 통해 접수된 이용자들의 의견은 메디시티대구협의회와 연계해 지역 의료기관에 전달된다. 시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이나 개선 요구는 대구시 보건의료정책에 반영돼 지역 의료서비스의 품질을 높인다. 대구시 관계자는 "의료 수요자가 느끼는 다양한 불만을 DB로 축적하고, 정책과 해당 의료기관에 반영하면 의료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로 대구건강지도 만든다

ICT의 핵심인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역건강지도'도 구현된다. 내년까지 2억원을 투입, 질병관리본부의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 자료에 의료 수요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수요자 맞춤형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그 결과를 건강지도로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의료서비스가 이뤄지는 공간과 지역민 건강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어 보다 나은 사회적'정책적 대응이 가능해진다.

오는 2020년 이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축적한 환자의 건강 상태, 진료 및 치료 기록, 재산 규모 등에 대한 데이터에 개인이 직접 작성한 건강 자료와 스포츠센터, 건강 관련 기관 데이터 등을 통합해 개인 건강프로파일 DB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구건강통합DB센터도 설립해 시민 건강증진의 허브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김영애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환자 맞춤형 서비스와 이를 활용한 정책의 발굴 및 평가가 가능해진다"면서 "개인의 유전체 정보와 생활습관 등까지 통합해 개인별 건강을 관리하는 정밀의료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