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원룸에서 자취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4'여) 씨는 며칠 전 샤워 중 열린 화장실 창문 근처로 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바로 맞은 편 원룸건물에서 김 씨의 화장실 쪽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한 남성과 눈이 마주친 것이다. 거리는 1m 남짓해 남성의 얼굴이 그대로 보였다. 김 씨는 "창문을 닫으려 가까이 간 것인데 너무 놀라 주저앉아 울었다. 주위에 하소연했더니 건물이 가까워서 어쩔 수 없다며 창문을 열지 말고 문단속 잘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원룸 밀집지역의 건물 간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이 많다. 옆 건물 거주자와 눈이 마주쳐 당황하는가 하면 창문 너머로 소음이나 대화 소리가 고스란히 넘어오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은 현행 건축법상 상업지역에 들어서는 다가구주택 이격 제한에 대한 규정이 없는 탓이다.
건축법상 원룸(다가구주택)은 5가구 이상일 경우 인접 대지 경계선을 기준으로 1m 이상 떨어져야 하고, 5가구 미만이면 민법상 50㎝ 이상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5가구 이상이라도 상업지역에 들어선 다가구주택은 이격 제한이 없어 1m 기준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건축업자가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건물 간 거리를 최소화해 건물을 짓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30일 찾은 대구 달서구 한 대학가에서는 건물 사이가 채 1m가 되지 않는 원룸 건물을 쉽사리 찾을 수 있었다. 이런 원룸에 사는 입주자들은 옆 건물이 너무 가까워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 수 없는 실정이다. 옆 건물의 TV 소리나 대화하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거나 민망한(?) 소리까지 들리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로 인해 범죄에도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김모(27) 씨는 "지난해에는 담배를 피우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한 남성이 벽 사이를 짚고 올라오고 있었다. 황급히 소리를 질러 쫓아냈지만 이후 집주인에게 창문에 방범창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다가구주택 간격이 지나치게 가까우면 범죄에도 취약하다"며 "옆 건물과 맞닿은 창문에 차단필름을 부착하고 방범창을 설치하는 등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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