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리와 울림] 사드배치, 민주적 절차와 국가안보의 조화

영남대학교 국제법 박사. 국방대학교 고위공직자 안보과정 수료. 전 국제법평론회 회장. 전 영남대 법과대학 학장
영남대학교 국제법 박사. 국방대학교 고위공직자 안보과정 수료. 전 국제법평론회 회장. 전 영남대 법과대학 학장

국가 정책 결정 최우선은 국익 극대화

다음이 주민 의사 반영, 과정 투명해야

사드배치 본질은 北 核공격 위협 대비

중국 반대·전자파는 다른 차원의 문제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제나라의 안영과 경공 간에 얽힌 '일일삼과'(一日三過)라는 고사가 있다. 하루 동안 신하인 안영이 임금인 경공의 과실을 세 차례나 지적하였다는 이야기이다. 목숨을 내놓고 직언을 마다하지 않은 안영의 충절이나 그러한 꾸짖음에도 안영을 가까이 두고 중용한 경공의 통치술은 가히 시공을 초월하여 모범이 되는 경우이다.

반면 남북대치와 강대국 사이에 낀 지정학적 어려움 등 불리한 요소를 여럿 가지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안영과 같은 고위공직자를 찾기 힘들고 경공과 같이 자신을 꾸짖는 직언을 즐길 줄 아는 지도자가 흔하지 않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오히려 지도자들의 언행과 처신을 보면서, 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지 아니면 특정 조직과 계파의 하수인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국가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내 밥그릇만 챙길 수 있다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지도자들이 이끄는 나라에서 그나마 지금과 같은 풍요를 누리는 것은 신의 축복이라 아니할 수 없다.

소위 일등국가란 법이나 공직기강 잡기 등 강압적 수단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안영이나 경공과 같은 국가의 힘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가 많아질 때 가능한 일이다. 한 나라에 존경받는 지도자가 많다는 것은 큰 자산이다.

동시에 훌륭한 지도자의 존재보다 더 바탕이 되는 것은 깨어 있는 국민의 존재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민주국가에서는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데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깨어 있기만 하면, 일등국가의 달성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가의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88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현대사의 몇몇 주요 사례를 뒤돌아보면, 대한민국의 국민은 깨어 있었다. 문제는 국민의 역량을 다시금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존경받는 지도자를 찾아내는 일이다.

요즈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지역배치 문제가 큰 논란거리이다. 이 논란 속에 안영과 같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경쟁적으로 인기영합정책만을 펼치는 정치권, 정치적 과실에 오염된 시민단체, 진실을 왜곡하려는 일부 세력만이 보일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해당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양성의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국가에서 당연한 일이다. 또한 각종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현실정치에 반영되는 것 역시 긍정적인 힘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권리의 행사 이면에 함께 내포되어 있는 의무의 측면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중립성과 비정치성을 모토로 기능 해 온 시민단체 본연의 역할이 변질되지 않아야 한다.

결국 사드배치와 같이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문제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서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깨어 있는 국민과 존경받는 지도자가 함께할 때, 사드배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합의점에 도달할 것이다. 먼 훗날 후배 세대는 아래와 같은 선배 세대의 합의원칙을 항상 기억하게 될 것이다.

먼저 국가의 이익이 극대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21세기 국제사회는 신보호주의가 강화되는 등 전반적으로 자국 이익 극대화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도 짧은 현대사를 통해 얻어 낸 민주화와 물질적 풍요를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줘야 할 책무가 있다. 결국 국가정책결정 최우선의 가치는 국익 극대화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해당 지역주민의 의사가 반영되고, 동시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드배치의 본질이 북한의 핵개발 및 그로 인한 핵공격위협에 있다는 점 및 동시에 이것이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라는 점 등을 이유로, 현재의 사드배치 과정을 정당화하는 주장도 있다. 결국 민주적 절차와 국가안보라는 양 가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존중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사드배치 과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절차적 합리성을 갖추는 것이 민주국가 최소한의 요구라는 점에 동의한다.

끝으로 사드배치와 관련한 논의의 본질이 왜곡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드배치의 본질은 북한의 핵공격위협에 대한 대응문제이다.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대 내지 전자파의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논의의 방향이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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