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醫窓)] "할 수 있다"의 효과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에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불면의 밤'에는 지구 반대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올림픽도 한몫하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승리와 패배, 웃음과 눈물을 보며 같이 웃고 울다 보면 어느새 더위도 잊게 된다.

이번 올림픽에서 깊은 여운을 준 장면 중 하나가 펜싱 에페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박상영 선수의 결승전이 아닐까 싶다. 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에 기적처럼 역전승을 거둔 이 경기는 스포츠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을 가장 잘 설명해 준다.

경기 내용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겨 준 것이 '할 수 있다'는 박상영 선수의 혼잣말이었다. 도저히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박상영 선수는 끊임없이 '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를 하고 있었다. 긍정적인 자기 암시가 얼마나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플라시보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환자에게 가짜 약을 주었을 때 진짜 약처럼 효과가 나타난다거나, 의사가 진료실로 들어오는 것만으로 병이 나은 느낌이 드는 경험을 말한다. 반면에 아무 효과가 없는 물질을 주고, '이것을 먹으면 머리가 아플 것이다'라고 말하면 먹은 사람이 진짜로 고통을 느끼는 현상을 '노시보 효과'라고 한다.

플라시보와 노시보 효과를 동시에 활용한 연구도 있다. 수증기를 마시는 천식 환자에게 수증기에 화학 자극제나 알레르기 물질이 있다고 말했더니 절반 이상의 환자가 호흡 곤란을 일으켰다. 이들에게 식염수를 기관지 확장제라고 말했더니 즉시 회복됐다. 자극제나 치료제 모두 식염수였는데도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가끔 처방약의 설명문을 자세히 읽고 부작용에 대해 질문하는 환자들을 만난다. 대부분 치료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설명을 듣고 치료를 계속한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은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중단한다. 심지어 약의 설명문에 나타난 부작용을 그대로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약물 부작용이 나타났을 수도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부정적인 상상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긍정적 믿음에 대한 효과를 설명하는 것으로 '피그말리온 효과'도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은 상아로 실제 사람 크기의 여인상을 만들었고, 자신이 만든 조각과 사랑에 빠졌다. 피그말리온은 여인상 같은 아내를 맞이할 수 있게 해달라고 끊임없이 기도했고, 여인상은 생명을 얻었다. 긍정적인 기대와 관심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환자는 자신의 병에 맞서 싸우기 위해 긍정적인 자기 암시가 필요하다. 환자는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반복적인 암시를 하고, 의사는 환자에게 긍정적인 기대와 관심을 지속한다면 기적은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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