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通] 경주 금의환향 금메달리스트 구본찬

엄마 챙기는 '딸 같은 아들'의 각오 "도쿄서도 고향 빛낼게요"

구본찬 선수가 22일 고향인 경주에서 양궁 꿈나무인 경주 계림중학교 양궁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구본찬 선수가 22일 고향인 경주에서 양궁 꿈나무인 경주 계림중학교 양궁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구본찬 선수와 같이 안동대학교를 찾은 어머니 김병란(53) 씨가 안동대 양궁부 연습장을 찾은 뒤 선수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어머니 김 씨는
구본찬 선수와 같이 안동대학교를 찾은 어머니 김병란(53) 씨가 안동대 양궁부 연습장을 찾은 뒤 선수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어머니 김 씨는 "시설이 안 좋은지 알았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고생하는 아들 후배를 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영진 기자
최양식 경주시장이 구본찬 양궁선수와 그의 친필 사인이 담긴 양궁 과녁을 들어 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최양식 경주시장이 구본찬 양궁선수와 그의 친필 사인이 담긴 양궁 과녁을 들어 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모교인 안동대학교를 방문한 구본찬 선수를 권태환 총장이 업고서 강당을 뛰고 있다. 권 총장은 구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업어주기로 약속을 한 바 있다. 김영진 기자
모교인 안동대학교를 방문한 구본찬 선수를 권태환 총장이 업고서 강당을 뛰고 있다. 권 총장은 구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업어주기로 약속을 한 바 있다. 김영진 기자

한국 남자 양궁의 새 역사를 쓴 구본찬(23'현대제철) 선수가 지난 22일 고향 경주를 방문, 금의환향했다.

구 선수는 한국 남자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2관왕을 달성했다. 전체 올림픽을 통틀어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미국 저스틴 휴이시 이후 처음이다. 그는 이날 고향에서 환대를 받고 모교인 경주 신라중학교와 안동대학교를 잇달아 찾아 코치, 후배들과 해후했다.

◆고향 경주로 금의환향한 올림픽 영웅

"금메달을 목에 걸고 고향 경주를 방문하게 돼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경주 시민들과 고향 어르신들이 열렬히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이룬 모든 성과는 경주 시민들의 아낌 없는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리우 올림픽 양궁 2관왕으로, 대한민국이 28년 만에 양궁 전 종목을 석권하고 양궁 최강국임을 다시 한 번 세계에 떨치는 데 특급 공헌을 한 구본찬 선수. 지난 22일 경주시청 알천홀에서 열린 환영식장에 참석한 구 선수는 올림픽 금메달을 딴 감격의 순간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으로 시민들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지난 6일부터 22일까지 17일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구 선수는 많은 기록을 갈아 치웠다.

한국선수단의 첫 금메달과 남자 양궁 첫 2관왕, 한국 양궁 첫 전관왕, 경주 출신 첫 올림픽 2관왕 등이다.

이날 환영식장에는 최양식 경주시장을 비롯해 박승직 경주시의회 의장, 구종모 경주교육장 등 지역 기관단체장들과 시민, 경주의 초'중학교 양궁선수와 양사모(양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경주를 빛낸 구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구 선수는 이날 환영식장에서 "앞으로도 열심히 훈련에 매진해 다음 올림픽에서도 고향 경주의 명예를 빛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그동안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구 선수가 양궁 금메달을 따는 감격의 순간을 담은 동영상을 관람했다. 동영상을 관람하는 동안 참석자들은 금메달을 확정 짓는 순간, 힘찬 박수로 구 선수의 선전을 함께 기뻐했다.

경주시는 올림픽 2관왕으로 경주를 빛낸 구 선수에게 '자랑스러운 경주인'상을 수여하고 부모님에게는 기념품을 증정했다. 한수원은 후원 물품을, 체육회는 격려금을 각각 전달하는 등 구 선수의 양궁 제패를 응원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이날 "경주시 역사에서 최초로 올림픽 2관왕을 달성해 대한민국과 경주를 빛낸 구 선수와 부모님께 시민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더욱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한국이 배출한 양궁 스포츠인으로 자리매김해 달라"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두각…모친 건강 챙기는 효자

구 선수는 경주시에서 마련한 환영행사를 마치고 모교인 신라중학교를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했다.

경주 용황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양궁에 입문한 그는 신라중학교와 경북체육고등학교를 거쳐 안동대학교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꾸준히 기량을 키웠다.

구 선수는 2014년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국내 대회에서는 전국체전과 대통령기, 협회장기를 휩쓰는 등 일찌감치 될성부른 나무로 점쳐졌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하면서 컨디션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하는 기쁨을 맛봤다. 구 선수는 2남 1녀 중 막내로, 효자로도 익히 소문이 나 있다.

어머니 김병란(53) 씨는 "본찬이는 어릴 때부터 양궁을 무척 좋아했다. 즐기면서 꾸준히 노력한 것이 오늘의 영광을 차지하게 된 것 같다"며 "운동을 하면서도 늘 엄마의 안부를 챙기는 '딸 같은 아들'"이라고 말했다.

이웃들도 구 선수의 금메달 소식에 "양궁실력뿐 아니라 암 투병으로 고생한 모친을 챙기는 효자로도 소문이 자자하다"고 대견해 했다.

구 선수는 초교생 때부터 항상 웃는 표정으로 기복 없이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연습시간을 아끼느라 집에는 1년에 3, 4번 정도 잠깐씩 다녀갈 뿐이지만 어머니에 대한 안부는 항상 챙기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러 가기 전에도 "열심히 하고 오겠다. 최선을 다해 경기하겠다"고 말한 뒤 장도에 올랐다.

◆시설 열악한 안동대 양궁부…"환경 개선되면 더 훌륭한 선수 나올 것"

한국 남자 양궁의 새 역사를 쓴 구 선수는 이날 오전 고향 경주를 방문한 데 이어 오후에는 지난 2월 졸업한 모교 안동대학교를 찾았다.

이날 구 선수가 찾은 안동대 양궁부 연습실은 올림픽 영웅을 배출했다고 하기엔 너무나 작고 열악했다. 연습장을 찾은 그도 대학시절 연습 환경이 열악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연습장 사대(발사선)는 폭이 7m에 불과했고 처마는 짧았다. 활시위를 당기면 옆 사람에게 닿을 듯 말듯 바짝 붙어선 채 연습을 해야 한다. 비 오는 날 바람이라도 불면 처마가 짧아 흠뻑 젖을 수밖에 없다. 사로 길이도 70m에 불과해 남자 90m 연습을 위해서는 5개 과녁 중 2개를 치우고 사선으로 연습해야 한다. 이마저도 과녁 뒤 담장이 테니스 연습장이라 화살이 코트로 넘어갈까 불안하기만 하다.

하계방학 중에는 7시간, 동계는 9~10시간씩 연습하는 양궁부원들이 장비를 보관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은 조립식 건물이 전부다. 100㎡ 남짓한 공간에는 샤워실도 없다.

그나마 지금 시설도 8년 전에 비해선 좋아진 것이라고 한다. 8년 전에는 운동장 한쪽에 과녁을 가져다 놓고 연습을 했다. 하지만 축구를 하다가 화살이라도 맞으면 어쩌냐는 항의가 많아 양궁부 선수들은 활만 들고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연습을 했다고 한다.

안전사고를 우려한 대학 측이 정문 옆에 어렵게 마련해 준 공간이 현재의 장소다.

구 선수는 "양궁장이 협소해서 70m 거리에 과녁을 몇 개 못 놓는데다 남자 90m 경기를 연습하려고 해도 거리가 나오지 않아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건물도 조립식이라 냄새가 많이 나는데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을 조성해준다면 저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배출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권태환 안동대 총장은 "양궁부 연습시설이 너무 낙후돼 있지만 국립대라 정부예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도와주신다면 대운동장 자리에 현대식 체육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숙원사업"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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