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법안 건수가 지난 13일 기준 2천19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9대 국회 같은 기간(2012년 개원 직후∼같은 해 9월 13일)의 1천687건보다 무려 30%(506건)나 많은 것이다. 국회가 법안 찍어내는 공장으로 전락하는 형국이다. 외견상 20대 국회가 매우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아니다. 발의된 법안 중 지금까지 입법화가 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19대 국회에서는 같은 기간 그나마 3건은 입법화가 됐다.
문제는 입법화 여부가 아니다. 오히려 입법화가 되지 않으면 더 나을, 일반적인 상식에 비춰 법이라고 할 수 없는 법안들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성년 축하금 법안'이다. 청년에게 국가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3개월간 무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간 500억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퍼주기'의 전형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청년세법'도 마찬가지다. 법인세 납부 대상 기업을 대상으로 10년간 순이익 1억원을 초과한 금액의 1%를 '청년세'로 걷어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에 쓴다는 내용이다. 청년 실업 해소 비용을 기업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가 더민주 노웅래 의원이 부활시킨 청년고용촉진특별법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공기업뿐만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매년 정원의 3% 이상을 청년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기업의 경영 사정은 따지지 않는다. 하라면 군말 말고 하라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퇴근 후 SNS로 업무 지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과 여성 환경미화원의 남자 화장실 청소 금지, 이력서 사진 부착 금지 등 구태여 법으로 규정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법 같지도 않은 법안도 다수다. 국회가 만든 법이면 그 내용을 불문하고 법이라는 왜곡된 법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입법 폭주이다.
법이 많다고 무조건 국민 생활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법 같지도 않은 법은 국민 생활을 옥죄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법안 발의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정 법안의 긍정적 효과와 함께 부정적 효과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슨 법이든 많이 내는 것을 일 잘하는 것으로 여기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회의원이 일 잘한다는 것은 법안을 많이 만드는 게 아니라 한 건이라도 법다운 법을 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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