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최저기온이 2℃까지 떨어진 2일 오전 대구 중구 남성로 염매시장 입구. 남성 서너 명이 몰려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 굳은 손을 바꿔가며 담배를 피우던 이들은 화단에 꽁초를 던져넣은 뒤 바쁜 걸음으로 사라졌다. 흡연자들 옆에는 '금연구역' 표지판이 붙어 있었지만 신경을 쓰는 이는 없었다. 담배를 피우던 30대 남성은 "달구벌대로변이나 약전골목에서는 차마 담배를 피울 수 없어 그나마 눈치가 덜한 시장 입구를 찾는다"면서 "날씨도 추워지는데 담배를 피우려 골목을 헤매는 게 서글프다"고 푸념했다.
찬바람이 불면서 야외로 내몰린 흡연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공공장소가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데다 거리에서는 단속에 걸리거나 행인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맞아야 하는 탓이다.
금연구역 확대와 함께 흡연자들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4년 2만7천여 곳이던 금연구역은 지난해 5만8천여 곳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흡연시설은 지난해 1천143곳에서 올 10월 말 현재 1천452곳으로 309곳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흡연시설은 주로 관공서나 의료기관, 학원, 사무용 건물 및 공장 뒤편 등으로 근무하거나 따로 방문하기 전에는 찾기 어려운 장소들이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단속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연구역 내 흡연으로 적발된 건수는 지난해 1천635건, 올해도 10월 말까지 1천224건이나 된다. 직장인 강모(36) 씨는 "금연구역 표시는 어디에나 있는데 흡연시설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면서 "적절한 흡연시설이 있으면 간접흡연 피해를 막을 수 있고, 거리도 깨끗해질 수 있는데 단속에만 열을 올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흡연자들이 골목으로 숨어들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엄청나게 들어온다"면서 "금연구역만 늘려서는 흡연 장소가 분산되는 '풍선 효과'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흡연자들은 불만이 있겠지만 담배를 피우기 어렵게 하고, 쾌적한 금연구역을 조성하면 금연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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