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박근혜 대통령.'
검찰이 20일 중간 수사 발표에서 박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규정하자 청와대는 "차라리 탄핵하라"는 도발적 메시지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을 거부하고,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이런 청와대의 이런 강경 발언은 '당장 하야'하는 것보다는 '탄핵'이라는 법적 절차를 밟는 편이 조금이나마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혐의를 인정하고 즉각 퇴진하는 것보다는 법적 절차를 밟는 동안 상황을 반전시킬수 있는 기회를 노리는 편이 낫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기댄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 절차에 돌입한다고 해도 최종 결론은 빨라야 내년 초나 되어야 나올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국회에서의 탄핵은 야당과 무소속이 모두 찬성한다 해도 새누리당에서 29명의 의원이 가세해야 하기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여기에 일말의 기대를 거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야 3당과 새누리당 비박계 모두가 한 목소리로 탄핵을 주장하고 있어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통과는 어렵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주도하는 비상시국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에서 박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통령이 헌법·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여지므로 국회는 대통령 탄핵 절차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설명 : 지난 19일 퇴진촉구 촛불들고 청와대 향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 심판을 거쳐야 한다. 탄핵안이 헌재에 제출되면 심판절차가 시작되는데, 헌재는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시간을 벌면서 박사모를 중심으로 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촛불 민심이 누그러지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돌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여야 정치인 연루 의혹이 제기된 부산 엘시티(LCT) 비리사건을 "철저히 진상 규명하라"고 검찰에 지시한 것도 반격 카드 중 하나라는 해석이 무성하다.
과연 탄핵소추안이 헌재를 통과할 수 있을까 여부도 관건이다. 보수성향의 재판관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현재 헌재 재판관 중 2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보니 상황은 더욱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탄핵이 결정되려면 남은 7명 중 6명이 찬성을 해야하는데 현재 헌재 재판관의 구성이 야당에 유리하지 않은 만큼 '기각' 판결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그렇게 된다면 사실상 모든 것에 면죄부를 주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황교안 딜레마'도 숙제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데, 박 대통령과 '정체성 코드'가 맞는 황 총리가 자리를 지키는 한 박 대통령의 통치가 사실상 계속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시선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총리부터 바꾸고 탄핵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 후보자 임명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전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말한 것도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굳이 '중립적인 특검'이라고 밝힌 것이 "중립적이지 않은 특검은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여야 지도부가 합의해 국회를 이미 통과한 최순실 특검법은 야당이 특별검사 2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만일 박 대통령이 이 특검법이 편파적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갈 수도 있다.
한편,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3월 3일 중앙선관위의 위법 결정 이후 엿새만에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사흘 뒤인 1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무현 탄핵안은 본회의 통과 뒤 2개월여의 조사와 심의를 거쳐 5월 14일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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